공익신고를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담긴 내부 문건을 수사기관에만 넘겼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부장판사 조윤정)은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박모 씨(29) 등 6명에게 벌금 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로서 허용된 권한을 초과해 고소인(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박 씨 등이 유출한 사본 등이 수사기관에 제출됐고 달리 제3자에게 유출되지 않은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박 씨 등은 2017년 9월 같은 병원 소속 성형외과 의사 김모 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김 씨가 11차례에 걸쳐 환자 8명의 수술을 다른 의사에게 맡겼음에도 직접 집도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김 씨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 이모 씨의 수술실 간호기록지 사본 등을 첨부했다.
그해 10월 이 씨는 자신의 수술실 간호기록지가 동의 없이 검찰에 넘어간 사실을 의사 김 씨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후 7개월이 지난 지난해 5월 박 씨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박 씨 등은 재판에서 “공익적인 목적에서 대리수술 고발을 위한 최소한의 증거만 제출했고, 수사기관 외에는 고소인의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없어 개인정보 유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자는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내용을 발설하더라도 직무상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기록을 제출하지 않고도 고발을 할 수 있었고, 수사기관을 통해 의료기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소 시한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했다. 의료법상 환자 정보 유출의 경우 범인을 알게 된 지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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