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모 씨(76·여)와 세 딸은 신용카드대금과 건강보험료가 몇 달치 밀려있었지만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기준에는 미치지 않아 당국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숨진 지 최대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발견된 네 모녀의 카드대금 체납액과 은행 대출금 등은 수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의 첫째 딸 이모 씨(49)는 카드대금을 내지 못해 신용평가사에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될 예정이었다. 채무 불이행 정보가 등록되면 신용카드 거래와 발급 등이 제한된다.
보건복지부가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이후 도입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과 카드대금이 소액(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 연체된 지 3개월이 넘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벌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체납액이 10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발굴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1000만 원 초과 체납자는 주로 고소득자라는 이유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셋째 딸(44)은 체납 기간이 2개월이라서 이런 정보가 당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김 씨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총 3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는 6개월 이상 밀려야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통보된다. 통보 대상을 ‘3개월 이상 체납자’로 확대하는 개정 사회보장급여법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이 아직 시행 전이어서 김 씨 모녀를 포착할 수 없었다.
성북구는 2015년부터 그 해 만 65세와 만 70세가 되는 노인이 사는 집을 직접 방문해 상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 이미 만 70세가 넘었기 때문에 이 제도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김 씨 모녀는 ‘긴급 복지지원’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온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위기가 닥쳤을 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 서비스는 당사자가 알고 신청해야 제공하는 ‘신청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하고 복잡한 구제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이들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2, 3일 안에 이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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