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숭인동 낙산에 있는 옛 채석장 자리에 전망대가 문을 연다는 소식에 사진취재를 위해 달려갔다. 자동차로 가는데도 쉽지 않은 길. 가파른 골목길엔 불법 주차 차량이 다반사라 내려오는 차라도 만나면 아찔하다. 보행자 우선이니 엉금엉금 느리게 올랐다. 마침 회사 취재차량이 사륜구동이라 다행이라고 느끼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으로 이정표도 찾기 힘든 꼬불꼬불 언덕길을 오르니 우뚝 선 새 건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강화유리가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진 건축가 조진만의 채석장 전망대다.
아직 개장 전이었지만 양해를 얻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전망대 옥상으로 올라갔다. 고생해서 올라온 보람이 있구나 싶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까지 봤던 남산,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서울의 풍경이었다.
한양 도성 낙산 구간을 경계로 아래는 주택이, 위로는 빌딩 숲이 펼쳐졌다. 서울의 발전상이 이 풍경 안에 다 들어 있구나 싶었다.
뒤를 돌아보니 낙산같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듯한 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동망봉 채석장이다. 이 곳을 비롯한 ‘창신숭인’ 지역은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부 직영 채석장으로 서울역사, 시청사, 구 조선총독부, 한국은행 등 건축물들을 위해 제 살을 깎아 바쳤다. 광복 이후엔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상경한 이주민과 피난민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을 이뤘다. 2007년엔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뻔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해제돼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됐다.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창신 숭인동 유랑의 마지막 코스로 잡으면 좋을 것 같다. 11월 초 문을 열 예정이다. 다만 생각보다 전망대가 좁아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비록 ‘고난의 행군’이지만 SNS 열풍에 한번 휩싸이면 등산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으니까. (필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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