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정석’ 홍성대 “평생 모은 돈으로 자사고 세웠지만…알맹이 빼앗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7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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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해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해 17년 동안 463억 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알맹이를 다 뺏어가네요.”

7일 전북지역 자사고인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홍 이사장은 “매년 10억 원 이상씩 낼 필요 없이 정부 지원금 받으며 무상교육 대상인 일반고가 되라는 건데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참고서 ‘수학의 정석’ 출판을 통해 평생 모은 돈으로 상산고를 세우고 세계를 이끄는 학생을 키우겠다는 홍 이사장의 의지는 최근 갈수록 꺾이고 있다. 그는 “건강이 너무 나빠져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홍 이사장은 전국이 아닌 지역(전주와 전북 내 비평준화 지역) 학생만 뽑으라는 정부 방침이 자신의 인재상과 어긋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서울과 강원 제주 등 모든 지역 출신이 기숙사에서 함께 산다. 꼬막 줍다 온 학생과 도심 빌딩 숲에 살던 학생이 함께 뒹굴며 서로 배우고 성장했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내가 추구해온 교육가치가 깨진다”고 말했다. 정원을 채우지 못 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도 정원의 20%를 전북 학생으로만 선발하는데 미달이거나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정부가 전국의 자사고 42곳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지금까지 안 주던 지원금(재정결함보조금)을 1년에 약 2000억 원 줘야 하고, 무상교육 대상 학교로 편입시켜야 한다”며 “그 막대한 돈을 다 부담하고 일반고를 어떻게 살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어떻게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느냐”며 “상산고는 시험(수능이나 내신)과 무관한 철학과 독서, 명사특강, 태권도, 음악 등을 철저하게 가르쳤는데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입시 준비만 한다는 오명을 씌웠다”고 지적했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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