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55)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 심리로 8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약사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어 대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아직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다각적으로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 대표이사와 공모해 불법 임상시험을 진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안국약품 직원들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했다.
전 안국약품 중앙연구소장 정모씨(58) 측 변호인은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모두 자백한다”면서도 “대표의 지시를 받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던 수동적 지위에 있었음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어 “공무집행방해 혐의 역시, 보고서 제출 자체가 담당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될 수 있는지 다툰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신약연구실장 김모씨(41) 측 변호인도 “기본적인 공소사실을 인정하나, 검찰이 판단한 김씨의 범행 가담 정도가 너무 과하다고 본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성립될 수 있는지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승인을 받지 않고 혈압강하제와 항혈전응고제 약품 임상시험을 진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6년 1월7일과 같은달 21일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게 개발단계에 있던 혈압강하제 약품을 투약하고, 한 사람당 20회씩 총 320회를 채혈해서 약품이 기존 약품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살펴보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6월22일과 같은달 29일에도 중앙연구소 직원 12명을 상대로 개발 중이던 항혈전응고제 약품을 투여한 뒤 한 사람당 22회씩 264회에 걸쳐 채혈을 하고 이를 임상시험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항혈전응고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임상시험 이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 시험의 시료 일부를 바꿔서 데이터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조작한 데이터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이들은 이후 승인이 떨어지자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인 해당 약품을 임상시험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어 대표는 의사들에게 90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도 재판을 받고있다. 어 대표는 해당재판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사건을 병합해 재판받겠냐는 질문에 어 대표 측 변호인은 “불법 리베이트 재판과 불법 임상시험 재판은 쟁점이 완전히 다르다”며 따로 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관계 파악을 해야 향후 재판에서 어떤 식으로 다툴지도 논의할 텐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준비기일을 따로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가 어 대표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12월1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어 대표의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했다. 아울러 피고인 세 사람 모두가 참석해야하는 다음 공판은 내년 1월10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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