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佛장관, 딸-佛하원의원’ 키워낸 오영석 박사 “韓 R&D 풍토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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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10일 10시 56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오영석 박사(가운데), 세드릭 오 프랑스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오영석 박사(가운데), 세드릭 오 프랑스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실패로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쓰레기통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연구 중에 꼭 개발해야 할 게 굉장히 많고, 세계적으로 큰 발견·발명들이 대개 쓰레기통에서 나왔거든요. 하지만 항상 목적을 가지고 펀딩을 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실패한 연구’가 하나도 없어요. ‘연구가 실패했다’고 하면 안 되거든요.”

세드릭 오(Cédric O·한국명 오영택) 프랑스 경제재정부 및 공공활동회계부 디지털담당 국무장관의 부친 오영석 박사는 지난 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나라 중소기업 연구개발 풍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 박사는 뒤늦게 원천기술 및 4차산업 핵심기술 육성에 나선 우리나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엔지니어로 육성 교육이 중요…중기부 요청시 고문 맡겠다”

1970년대 한국국방과학연구소에서 수류탄과 미사일 개발 등에 참여한 그는 프랑스 유학 도중 현지인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렸다. 아들 세드릭은 국무위원으로, 딸 델핀은 하원의원으로 각각 프랑스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재로 키워냈다.

오 박사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동안 그들의 앞선 기술력과 기업문화 등을 배우며 견문을 넓혔다. 천상 엔지니어인 오 박사는 프랑스 국영화학회사 롱프랑 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 국립응용과학원 교수 등으로 재직하며 연구개발 활동도 활발히 이어갔다.

2004년 KAIST 초빙교수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 기술력 증진 및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핵심분야 원천기술 육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박사는 “저도 중소기업에 있어 봤지만, 우리나라 연구개발 상황은 좋지 않다”며 “연구비 심사자들은 ‘과거에 한 기록이 없으면 성공이 불투명하지 않냐’고 하면서 또 ‘과거에 한 거면 뭐하러 연구하냐’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오 박사는 소재·장비·부품 분야에서의 기술자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도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구조에서 탈피해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는 일본 무역보복 사태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수출을 많이 하면서 외형의 볼륨은 커졌지만 실질적인 이익은 크지 않다. 내실이 적어 사실은 속 빈 강정”이라며 “일본이나 미국에 로열티를 주고 나면 남는게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오 박사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인력 상황을 지적하며 하우스 엔지니어(House Engineer) 시스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자금지원에 그치는 현재 인력지원 시스템은 효과도 미미하고 장기적 인력수급에도 적당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는 “고등학교만 졸업했어도 중소기업에서 일을 잘 하면 어느 정도, 근무시간의 반 정도를 국가에서 지원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며 “그 사람이 엔지니어로 성장해 그 회사에 그대로 남을 수 있게끔 하는게 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고급 인력을 뽑는 게 아니라 있던 사람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안을 정부가 도와줘야 될 것 같다”며 “개인에게는 자기계발 기회가, 중소기업은 인재를 육성해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어 양쪽으로 잘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지난 5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오찬 석상에서 구두로 자문역을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기부에서 자문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많이 풀어놓고 싶다”며 “정책이나 비즈니스를 볼때 시각을 달리 하는 것이 필요한데 엔지니어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조언할게 있을거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지지향적으로 엄하게 양육…韓-佛 협업 잘될 것”

지난 5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세드릭 오 장관, 오영석 박사가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세드릭 오 장관, 오영석 박사가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뉴스1

세드릭 오 장관은 지난 3월 임명됐다. 플뢰르 펠르랭, 장뱅상 플라세에 이은 한국계 프랑스인 세 번째 장관이다. 이에 앞서 세드릭의 여동생 델핀 오(한국명 오수련)는 지난 2017년 프랑스 파리 16구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두 자녀를 프랑스 정부와 정계 중심인사로 키워낸 오 박사는 최근 ‘어떻게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웠는가’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자식농사’에 성공한 비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쑥스러운 목소리로 “정말 엄하게 교육시켰다”고 짧게 답했다.

오 박사는 “제가 엔지니어니까 이공계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수학을 잘 했는데도 둘 다 그런 생각을 안 하더라”며 “자기 자신이 결정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데 상황이 어떻다며 부모가 정해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자신만의 양육 철학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 교육 방식은 ‘자기 눈의 눈물은 자기 손등으로 닦는다’”라며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인생의 문 여러 개가 있는데 그 문을 열다보면 자기 인생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문을 부모나 다른 타인이 열어주면 안 되고, 자기 인생의 문은 자기 손으로 열어야 한다. 두 자녀는 완전히 의지 지향적인 아이들로 키웠다”며 “남이 열어주는 문은 단 하나, 관뚜껑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모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두 자녀에게도 심어줬다. 세드릭과 델핀은 대학시절 한국에서 유학하며 우리나라 문화를 배웠고, 요즘도 1년에 1~2차례는 한국을 드나들며 ‘아버지의 나라’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 박사는 “한국말을 어렸을때 가려쳐줬더니 유치원에서 한국말을 해 소통이 안 돼 할 수 없이 동요만 가르쳤다”며 “애들이 커서는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큰 애는 사람 만나 네트워킹한다며 술만 많이 마셨지만, 딸은 열심히 해서 한국말을 웬만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끝으로 오 박사는 세드릭·박영선 장관의 만남을 계기로 양국 간 중소벤처·스타트업 협력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박 장관은 일을 정말 많이 하시는거 같고, 중기부 업무도 잘 하시는거 같다”며 “(세드릭-박영선)두 사람의 궁합이랄까, 죽이 잘 맞고 성격이 잘 맞아서 협업이 잘될 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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