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축제’라는 의미의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뮌헨시의 맥주 축제다.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42만㎡ 넓이의 뮌헨시 ‘테레지엔비제’에서 2주간 열린다. 세계 3대 축제라는 명성답게 186번째 행사가 열린 올해도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연인원 약 630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달 3일(현지 시간) 테레지엔비제 광장 정문 앞엔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이 생겼다. 행사장 정문 앞에 경찰들이 일렬로 서서 입장객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손가방을 제외한 배낭이나 핸드백 등은 반입이 금지됐다. 입장객들은 입구에 마련된 부스에 7유로(약 9000원)를 내고 가방을 맡겨야 했다. 오전 9시 문이 열리자마자 참가자들은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대형 천막 16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천막은 뮌헨시의 유명 양조장들이 설치한 것이다. 천막 내 테이블은 행사 1년 전부터 예약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천막 안에서 종업원들은 양손에 1L짜리 맥주를 대여섯 개씩 들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넘치는 인파와 달리 행사장 주변에서는 차량을 볼 수 없었다. 뮌헨시가 배포한 행사장 안내도에 표시된 주차장은 장애인용 1곳뿐이었다. 뮌헨시가 옥토버페스트 기간엔 테레지엔비제 바깥에 지정한 5개 구역에서만 주차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테레지엔비제 북쪽의 3곳을 비롯해 동쪽과 남쪽에 1곳씩 있는 지하철역 출입구마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행사장에 가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지하철역에서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차로는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대신 차로는 보행자 통로로 쓰였다.
옥토버페스트가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음주운전을 막고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려는 뮌헨시의 노력도 한몫했다. 뮌헨시는 ‘옥토버페스트와 운전은 좋은 친구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옥토버페스트 교통대책 안내문 가장 맨 앞에 적어놓았다. 행사장을 찾을 때는 직접 운전을 하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취지다. 멀리서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각 경로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환승역도 안내했다. 야간엔 행사장 인근 지하철역의 열차 운행 간격을 평소의 7~8분에서 3분으로 단축했다. 역마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주 경찰은 9월 2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진행된 옥토버페스트 기간 행사장 주변에 경찰관 600여 명을 배치해 교통과 치안을 관리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올해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시에서는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가고 1건도 없었다. 뮌헨시 교통안전정책 담당자 마르틴 슈라이너 씨는 “경찰 통제에 따라 지정된 곳에만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차를 갖고 행사장에 오는 방문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뮌헨시를 방문한 이지혜 씨(21·여)는 “행사장 인근엔 주차할 곳이 없다는 안내문을 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왔다”며 “대중교통 안내가 무척 잘 돼있어 불편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시에 새로운 교통안전 과제를 안겼다.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모빌리티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퍼스널모빌리티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주차 공간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음주 상태에서 퍼스널모빌리티를 모는 운전자도 많았다. 바이에른주 경찰은 올해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에서만 퍼스널모빌리티 음주운전자 414명을 적발했다. 슈라이너 씨는 “퍼스널모빌리티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에 따라 퍼스널모빌리티 공유 사업자들의 영업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2006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모닝애프터’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축제 때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운전에 나서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밀워키시 경찰은 지역축제가 많은 올 7월에 행사장 주변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는 875개의 축제(한국관광공사 등록 기준)가 열렸고, 이 가운데 223개가 10월에 몰렸다. 2018년 월별 교통사고 발생 수와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부상자 수를 보면 연중 10월이 가장 많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축제 기간에는 운전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 음주운전을 줄이려는 행사 주최 측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뮌헨=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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