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공안 살해후 한국으로 도망쳐… 2006년 귀화해 제주서 노동자생활
경찰, 신병 확보후 ‘동일인’ 밝혀내 조만간 국적 박탈후 중국으로 추방
26년 전 중국에서 공안(경찰관)을 살해한 뒤 신분을 세탁해 국내로 숨어든 40대 중국인 남성이 최근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를 33년 만에 밝혀낸 유전자(DNA) 분석 기법과 안면윤곽 인식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국제공조팀은 중국인 J 씨(46)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달 초 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J 씨는 20세이던 1993년 중국 하얼빈에서 현지 공안을 살해하고 달아났다. 중국에서 공안이 살해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1984년부터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가입해 있던 중국 공안당국은 J 씨가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범인을 끝내 검거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은 최근 한국 경찰이 “J 씨가 신분을 세탁한 채 한국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해결 가능성이 되살아났다. 경찰은 J 씨가 2006년경 ‘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 뒤 제주에서 건설 근로자로 일하는 왕모 씨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J 씨는 신분 세탁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사팀이 중국 공안으로부터 넘겨받은 J 씨의 사진과 왕 씨의 생김새를 안면윤곽 분석 기술로 대조해 보니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정적으로 왕 씨의 DNA가 J 씨 가족의 것과 친족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J 씨의 신병을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로 넘겼다. 당국은 J 씨의 귀화 과정에 위조서류가 사용된 것으로 보고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조만간 그의 국적을 박탈한 뒤 중국으로 추방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년이지만 중국 형법에 따르면 살인죄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최고인민검찰원(한국의 대검찰청 격)의 심사비준을 받으면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J 씨는 중국으로 추방되면 살인죄로 기소돼 현지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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