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극단적 선택한 순천 병원 탈의실 불법촬영 ‘징역 10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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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13일 15시 05분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전남 순천의 한 종합병원 탈의실 등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30대에게 법원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 2단독(설승원 판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38)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중 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유족과 다른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한 점과 함께 A 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동종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 여성의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한 유족은 KBC 광주 방송에 “피해자 유족들 마음을 헤아려서 판결을 해준다고 했는데 징역 10개월이 어떻게 유족들 마음을 헤아린 판결이냐”라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항소가 안 되면 뭐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7월경 마트에서 불법 촬영하는 것 같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 씨는 당시 단순 몰카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으나, 이후 A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A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구속됐다.

A 씨는 사실상 성별 구분 없는 탈의실에서 몰카로 여직원들을 촬영했다. 해당 탈의실은 하나의 방 안에 캐비닛으로 탈의 공간을 구분해놓은 구조로, A 씨는 여성 탈의 공간과 마주보고 있는 책장에 구멍을 뚫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모두 4명으로 밝혀졌다.

병원 측은 A 씨를 해임했으며, 피해 여성들에게 심리치료를 조치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B 씨가 9월 24일 오후 11시경 자신의 주거지인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 씨는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B 씨의 아버지는 “결혼을 앞둔 딸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악몽을 꾸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며 “딸이 사건의 당사자와 병원 등에서 마주치는 상황이 이어지며 충격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2017년부터 2년간 병원 여직원들뿐 아니라 병원 승강기와 어린이집, 대형마트와 공항 면세점 등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몰래 31회 촬영한 혐의도 있다.

유족은 검찰 측에 항소를 요청한 상태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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