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인이 명시적으로 ‘그만두라’는 취지의 말을 안 했어도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했다면 해고에 해당해 해고예고수당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식당종업원이던 전모씨 등 2명이 주인 김모씨를 상대로 해고예고수당을 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승소 취지로 춘천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강원 원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씨는 2016년 11월30일 전씨 등 종업원 4명에게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12월엔 월급마저 지급을 못할 상황이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씨가 이튿날에도 비슷한 취지로 말하자 이들 4명은 식당을 그만뒀다.
이후 전씨 등은 해고예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한달치 임금에 해당하는 200만원 안팎의 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전씨 등이 식당을 그만둔 게 자발적 사직인지, 식당 주인에 의한 해고인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김씨 손을 들어줬다. 2심도 “김씨가 4명 전원을 해고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 중 일부를 해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다 해도 해고될 사람이 누군지 특정되지 않은 이상 4명 중 누구도 해고예고수당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당시 식당 매출규모가 적지 않았고 점심시간엔 통상 손님 수십명이 찾아 적어도 종업원 2~3명은 반드시 필요했고, 김씨가 명시적으로 ‘그만두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4명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김씨의 일방적 의사로 사직의사가 없는 4명이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므로 해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식당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적어도 2~3명의 종업원이 필요했다면 4명 중 해고할 사람을 특정했어야 함에도 이를 근로자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하며 4명 모두의 자진사직을 유도했다”면서 “‘계속 일해도 월급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건 일방적으로 해고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단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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