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년들이 도전 의식을 갖길 바라며 고졸 출신 9급 공무원에서 교육부 차관까지 지낸 성장 경험을 책으로 정리해보았어요. 도전은 무슨 거창한 게 아니라 부단히 자신과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과 부딪치며 성과를 낼 수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 모든 게 자기 자산이 되지요.”
가난한 형편 때문에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직에 나서야 했던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71)이 50여 년의 교육계 경험을 담은 자서전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을 펴냈다. 출판 기념회는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이 총장은 자서전에서 공무원 시절의 소소한 일화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그가 평생 소중한 인생가치로 여기는 ‘도전 정신’은 1967년 첫 발령지에서부터 생겨났다.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한 방편으로 생각한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하지 않다가 상사에게 찍혀 임명 3개월 만에 한직으로 쫓겨나면서 그의 인생관이 달라졌다.
“복사기가 없을 때라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단가표 등 서류를 베끼고, 먹지에 등사하는 기계적인 일만 반복했다. 실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소처럼 일하니 3개월 만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이 일을 겪고 나서 ‘하루를 인생의 전부처럼 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이런 자세 덕분에 학벌을 중시하는 공직사회에서 무난히 ‘승진 사다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에게 승승장구도 중요했지만 2001년 기획관리실장 때 주도했던 교육개혁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저항에 가까운 정부 여러 부처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2001년 7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표한 ‘7·20 교육여건개선사업’을 관철시킨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3년 만에 교육 예산 16조 원을 투입한 건 국내 교육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초중고의 학급당 인원을 50∼60명에서 35명으로 줄이기 위해 한꺼번에 1208개 학급을 신설하고, 교사 2만3600명을 증원하는 교육환경 대수술 작업을 했다. 실무 책임자들이 각 부처 입장에 따라 반대하긴 했지만 교육의 미래를 중시한 마음이 같아 과감한 교육투자에 합의할 수 있었다.”
이 총장은 7·20 교육개혁 발표 하루 전날 청와대 별관(서관)에서 자신을 포함해 청와대 재경 및 교육비서관과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 1급 공무원 6명이 합의한 원본 각서를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는 교육공무원에서 총장으로 변신한 14년 세월도 ‘행복한 도전’으로 여긴다. 총장 취임 직후 ‘학생들에게 죄 짓지 말자’라는 현수막을 대강당에 걸어놓고 대학 개혁에 박차를 가해 2013년부터 5년 연속 취업률 수도권 1위 대학, 교육부의 ‘세계적 수준 대학(WCC)’ 선정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교육계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제 정시냐, 수시냐의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위 ‘SKY 대학’을 나오더라도 졸업생 절반 이상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 대학이 학생들을 공부 잘하는 ‘이론 바보’로 만들지 말고 적성에 맞는 걸 찾아 재미있고 잘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총장은 “교육 풍토를 ‘학력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1967년 고향 경남 거제에 있던 교육청의 9급(당시 5급) 말단 공무원으로 출발해 교육부 총무과장, 공보관, 지방교육행정국장, 교육환경개선국장, 교육자치지원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을 지냈다. 이처럼 교육부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는 ‘고졸 공무원 신화’, ‘교육부 마당발’과 같은 별칭이 따라다녔다. 2006년부터 인천재능대 총장을 4번 연임하면서 한국전문대학협의회 회장(4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위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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