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에서 '수험생 태워주기' 봉사
헬멧 안맞는 학생에 '공부 잘하겠다' 농담도
"학생 수 줄어서…예년 비해 태워주기 적어"
"마지막까지 긴장…입실 마감 5분전 도착도"
“이거 타도 되는거예요?”
“얼른 타요, 출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4일 아침. 서울 도심 곳곳에 마련된 ‘수험생 태워주기’ 장소에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각 동 주민센터, 모터사이클 동호회 등에서 나온 시민 봉사자들은 고사장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한 학생들을 태우고 바람만 남긴 채 현장을 떴다.
10여년째 수능 수험생 태워주기 활동을 했다는 자원봉사자 김종안(64)씨는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수험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오늘 날은 춥지만 그래도 (데려다주기) 괜찮은 편”이라며 빙판길에서 수험생을 태워 데려다줬던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길이 얼어 붙어가지고, 아주 문제였죠. 안전하게 데려다 주긴 했지만 마음도 급하고 위험하긴 했어요.”
김씨에 따르면 경복궁역은 과거 수험생의 집결지였다.
“학생들이 줄어서 그런가, 예전에는 경복궁역에서만 오토바이 5대가 동원됐는데 지금은 3대 정도로 그치고 그렇죠.”
김씨가 속한 전국 모터사이클 동호회 모닝캄에서는 인근 안국역에도 자원봉사자 4명이 나와 대기하고 있다.
10년차 ‘태워주기 베테랑’ 김씨는 수험생들의 긴장해소에도 장기를 보였다.
김씨는 이날 급히 오토바이를 잡아 타고 “동성고등학교요!”를 외친 수험생이 헬멧이 잘 맞지 않아 당황하자 “괜찮아, 공부 잘하겠데”라고 말을 건네 웃음을 유발했다.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는 자양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나와 수험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6년째 자원봉사 중이라는 한 남성은 “오늘 왜 유독 학생이 적은 것 같지”라며 걱정섞인 혼잣말을 했다.
그는 “이상하게 이번 수능일에 태워다 달라는 학생이 없다”며 “원래 오전 8시쯤 되면 2~3번은 목적지까지 왔다갔다 했을 시간인데 학생들이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한 것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2년째 자원봉사 중인 장진수(43)씨는 “요즘은 부모님이 다 태워다 주니까 이용하는 수험생이 적은 것 같다”며 “그저 수험생들이 시험을 잘 봤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했다.
입실 마감시간(8시40분)을 코앞에 둔 8시30분이 넘어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막판에 거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수험생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슬슬 철수할 준비를 해야겠다”면서도 “가끔 지각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바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 8시40분쯤에 학생을 태우고 경복고등학교에 도착했는데 그 앞에서 다른 수험생이 불광동에 있는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며 “식은땀 나게 달려 (9시) 5분 전에 도착하게 했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국어, 수학, 영어,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 순서로 진행된다. 전국 86개 시험지구 1185개 시험장에서 54만8734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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