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전국 41개 직접수사 부서를 연말까지 폐지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을 대검찰청의 요청이 있기까지 5일째 함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14일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가 이같은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을 언론 보도와 대검찰청 간부가 전해주기 전까지 일절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부패대응 역량에 영향을 미칠수 중대 결정이지만 법무부가 검찰과 사전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 “정부 여당과만 논의, ‘검찰 패싱’” 검사들 부글부글
국회에서는 14일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가 열렸다. 장관권한대행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의 직제 개편을 보고한 지 6일만이다. 그 사이 개편 당사자이자 개혁 파트너들인 검사들의 의견 수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 차관이 문 대통령에게 직제 개편을 보고한 8일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주재로 ‘공정사회를 위한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열렸다. 김 차관, 윤 총장이 모두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회의가 마친후 김 차관은 윤 총장 몰래 간부 2명과 문 대통령을 따로 만나 검찰개혁 보고서를 올렸다.
사흘 뒤인 11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대검은 계속 법무부의 연락이 없자 다음날 간부 간 비공식 루트를 통해 자료를 요청했다. 대검은 12일 밤 법무부로부터 김 차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이 연락마저 없었다면 14일 당정회의까지도 대검은 관련 사실을 몰랐을 수 있다.
당정회의에서 김 차관은 “직접수사 축소로 인해 생겨나는 수사력을 형사·공판부로 돌리는 방향”을 연내 추진 과제로 재확인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은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 돌이킬 수도, 방향을 바꿀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올해 내 달라진 검찰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당정은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수사 상황 사전 보고는 권력감시 하지 말란 얘기”
일선 검사들은 정부가 반부패정책협의회 당일 현장에 있었던 검찰총장을 빼고 반부패수사 축소 방안을 논의한 것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 수사에 대한 보복이자 의도적인 검찰 패싱 ”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추진 중인 ‘수사 진행 상황 법무부 장관 사전 보고’ 규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건에서 장관의 검사 지휘권을 막은 검찰청법에 정면 위배된 조치하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할 수 있도록 돼있다. 진행 중인 수사 단계별로 사전 보고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권력층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 부장검사는 “군사정권에서도 몰래 하던 일을 아예 대놓고 규정으로 만들려 한다”며 “앞으로 정권 수사할 때 ‘치워놓으라’고 알려주고 압수수색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국가 부패수사 역량에 심각한 구멍이 발생할 수 있는 조치로, 내용과 절차 모두 최악의 개혁안”이라고 말했다. 산업기술범죄조사부, 특허범죄조사부, 공정거래조사부 등 폐지 대상 부서들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공정성을 위하거나 부패범죄 대응 부서라는 점에서 ‘자기모순’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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