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한 뒤 수송인원이 오히려 줄었다. 차량 통행시간은 더 늘었다. 폐지해야 한다.”(경기연구원)
“버스전용차로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승객도 만족하고 있다. 그러니 더 늘려야 한다.”(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영동고속도로 여주∼신갈 구간(41.4km)에서 시행되고 있는 버스전용차로제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와 통행시간 증가, 수송인원 감소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는 등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대중교통 활성화 차원에서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2017년 7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설치된 이 구간 버스전용차로는 주말과 공휴일(오전 7시∼오후 9시)에만 운영된다.
최근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존치가 필요한가’에 따르면 영동고속도로 여주∼신갈 구간은 2016년 36만4226명을 수송했다. 버스전용차로제를 시행한 뒤인 2018년에는 32만2774명을 수송해 오히려 인원이 줄었다. 평균 통행시간도 시행 이전에는 28분이었으나 시행 이후엔 29.6분으로 늘었다. 경부고속도로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확연해진다. 2008년 7월 경부고속도로 오산∼양재 구간(39.7km)에 처음 설치된 평일 버스전용차로는 1년 뒤 수송인원이 4.5% 늘었다. 통행시간도 28.8% 줄어들었다.
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할 수 없는 운전자의 불만도 크다. 경기 안산과 여주를 오가며 화물차를 운행하는 김모 씨(45)는 “버스들이 전용차로에 진입하려고 나들목에서 여러 차례 차선을 변경한다. 이 때문에 교통정체가 심해지는 것 같다”며 “안산에서 여주까지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전용차로 설치 이후엔 2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버스전용차로 폐지를 요구하는 민원이 월평균 300건 이상 접수된다. 연간 교통사고는 16.6% 줄었으나 사망자는 더 늘었다. 김채만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동고속도로에는 승용차와 화물차 등이 주로 다닌다. 이런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수송량, 통행시간 등이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버스업계는 운영시간과 구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교통 혼잡비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활성화 등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허덕행 KD운송그룹 기획실장은 “사고가 늘어난 것은 교통 단속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홍보와 단속을 병행하고 상습 정체 지역을 중심으로 버스전용차로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전국버스운송사업연합회 안전지도부장도 “폐지하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던 운전자들의 불만이 많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버스전용차로를 늘려 결과적으로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권한은 경찰에 있다. 경찰청은 올 7월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연구팀에 ‘버스전용차로 운영지침 연구용역’을 맡겨 설치와 운영 기준, 효과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말에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버스업계 등과 협의해 존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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