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백신 납품과정서 담합 정황
자금흐름 추적… 탈세여부 조사, 공정위 비리고발 사건 수사 확대
제약업체들이 정부에 백신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을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섰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구상엽)는 13, 14일 이틀간 의약품 제조·유통업체 10여 곳을 압수수색해 백신 입찰·납품 관련 자료와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한국백신 유한양행 광동제약 보령제약 GC녹십자 등 제약업체와 우인메디텍 팜월드 등 유통업체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 의약품 조달사업과 관련해 입찰 담합 등 불법 카르텔을 결성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 입찰 방해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업체를 고발한 사건을 살피다가 업계 담합비리 수사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조달청으로부터 입찰 관련 자료를 넘겨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영유아 결핵 예방용 BCG 백신을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백신이 고가의 도장형(경피용) 백신을 팔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무료 백신인 주사형(피내용·일명 불주사) 백신 공급을 중단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쟁사 사정으로 2016년 BCG 백신 독점 수입 업체가 된 한국백신은 도장형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판매가 감소하자 주사형 백신 수입을 줄이다가 2017년 아예 중단했다. 이 때문에 ‘백신 품귀 사태’가 발생했다. 5월 공정위는 한국백신과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9억9000만 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결핵 백신 외에도 자궁경부암 등 다른 백신들에 관한 자료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업체들이 조달청을 통해 보건소 등 국가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나눠 먹기’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16년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를 했던 서울서부지검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팀 자료도 일부 넘겨받아 참고자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국세청 조사국 소속 조사관을 파견받아 대상 업체들의 자금 흐름과 탈세 여부 등도 함께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제약업체 담합비리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화두로 내세우고 취임한 이래 처음 진행되는 담합 혐의 수사다. 윤 총장은 올해 7월 취임사에서 “시장교란 반칙 행위 등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취임 직후 검찰 내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구상엽 부장검사를 공정거래조사부장에서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배치했다.
광동제약은 14일 공식 입장을 내고 “소아 폐렴구균 국가예방접종사업 방식이 올해 전 부문 입찰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올해 3월 폐렴구균 10가 백신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며 “검찰의 수사와 자료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를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한 비위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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