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의 노동조합 교섭권을 두고 벌어진 노사간 분쟁 소송에서 법원이 택배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15일 오전 CJ대한통운 등 택배회사 측 25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나 택배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택배기사가 주체가 돼 조직된 택배노조 역시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노동조합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택배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측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으며 노조에 대한 사측의 재심 신청을 기각한 결정 또한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판결 후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사법부 판결은 택배노동자들에게 매우 반갑고 기쁜 소식”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사법부가 시대의 흐름과 택배노동자들의 절절한 염원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장시간 이어지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택배노동자들은 이제 사용자들을 상대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과 노동조합법을 통해 교섭을 요구하며 권익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대한통운(등 택배회사)은 1심의 결과에 따라 교섭에 나온다고 스스로 말했으니, 이제는 즉각 교섭에 나와 택배 노동자들의 권익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며 택배노조에 설립필증을 발부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분류작업 공짜노동 해결, 갑질 해고 근절, 고용안정 쟁취, 표준계약서 체결, 대리점 집배송수수료 문제 해결 등 택배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교섭을 제안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에 대해 “택배노동자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이니 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했으나, 사측은 이에 불복해 수십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재판과정에서 “택배근로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기에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으며, 설립필증을 발부한 정부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측은 택배기사 대다수가 노조 가입이 불가한 제3자를 고용하고, 집하를 위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리점주가 포함된 불법 노동조합을 운영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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