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합격선(원점수 기준)이 지난해보다 3~5점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수능이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다는 걸 반영하는 결과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메가스터디교육 등 주요 입시기관은 15일 국어·수학·탐구(2과목) 원점수 기준으로 서울대 의대 합격선을 293~294점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4점 오른 것이다. 연세대 의대 293점, 고려대·성균관대 의대 292점으로 모두 4점씩 올랐다. 연세대 경영학과·고려대 경영대 288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281점으로 각각 4점씩 상승했고, 한양대 정책학과(290점)는 5점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은 국어가 올해 다소 쉽게 출제돼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상위권 합격선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중위권 학생들은 ‘성적이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변별력 있는 문제가 상당히 있었고, 중간 난도 문제가 다수 출제된 영향이었다.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 3학년 교실에서는 한 학생이 점수 기입표에 아무 것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교사가 이유를 묻자 “망해서 채점을 안 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학생은 “(친구들이) 다 (망해서) 정신줄 놓았다. 나도 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특히 과학탐구와 사회탐구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입시기관들도 사탐과 과탐의 1등급 기준선(등급컷)을 지난해보다 낮게 잡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탐은 2018, 2019학년도에는 원점수로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이 되는 과목이 6개였는데 올해는 ‘한국지리’와 ‘윤리와 사상’만 그럴 것”이라며 “과탐도 ‘물리Ⅰ’, ‘물리Ⅱ’, ‘지구과학Ⅰ’이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반포고 박모 양(18)은 “수시로 경희대에 지원했는데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출 것 같아 논술을 보러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간신히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는 수시 지원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면접과 논술 등 대학별고사 준비에 돌입했다. 일반적으로 수시는 정시보다 상향 지원하기 때문에 지원자들의 간절함은 더 크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각 대학별 논술과 면접 대비 강의가 시작됐다.
반면 수능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재수생은 분위기가 달랐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 수능이 너무 어려웠고 재수생은 1년 동안 수능 공부만 했으니 재학생보다 유리한 것”이라며 “재수생 중 자연계열 만점자가 1명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개최한 입시설명회에는 학부모와 학생 약 3000명이 몰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내년에는 학생이 올해보다 5만 명 줄어들고 정시 비율이 느는 만큼 이번 정시에서 극단적으로 하향 지원하는 경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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