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재활용 쓰레기 배출 때 투명한 페트병을 따로 버리는 사업이 시범 실시된다. 더 많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산업 원료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2020년부터 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하는 ‘페트병 재활용체계 개선’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재활용 폐기물을 버릴 때 플라스틱 물품을 한꺼번에 버리는데 앞으로 투명 페트병만 별도로 배출하는 것이다. 주로 음료수 용기에 쓰이는 페트는 플라스틱 중 재활용 가치가 가장 크다. 페트병을 잘게 부순 ‘플레이크(Flake)’는 섬유나 시트, 솜 등 활용도가 높다. 투명도가 높고 이물질이 없을수록 좋다.
그러나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페트 플레이크는 수거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 용기나 유색 페트병과 뒤섞여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거된 페트(약 29만 t) 중 재활용 비율은 80%에 이른다. 하지만 의류용 섬유를 뽑을 수 있을 정도로 품질 좋은 재생원료로 탈바꿈한 건 그중에서 10%(약 2만9000t)에 그친다. 인형, 쿠션 등에 넣는 충전재와 노끈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플레이크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업체들은 대부분 일본과 대만 등에서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수입한 플레이크는 2만2000t이다.
페트 플레이크의 질이 좋아지면 여기서 추출한 원사 등 재생섬유를 이용한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최근 패션업계는 재생섬유를 이용한 친환경 제품 출시가 늘고 있다. 재생섬유로 가방을 만드는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 측은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로 섬유를 만드는데, 아무래도 음료수 등 식품용 페트 용기에 사용한 나프타의 질이 더 좋다”며 “페트에서 생산한 원사는 색감도 잘 표현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나온 가방 하나에는 500mL 생수병 16개 분량의 실이 들어간다. 재생섬유로 재킷과 모자, 머플러 등을 생산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측도 “친환경과 동물복지 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재생섬유는 필수”라며 “올해 관련 제품 생산을 통해 페트병 약 370만 개를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는 2020년 재생섬유 활용 비중을 50%, 아디다스는 2022년까지 100%로 높이는 목표를 밝혔다.
환경부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시범 실시할 지역을 12월 선정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에는 별도의 분리수거함이 설치된다. 단독주택 지역에서는 요일별로 품목을 정해 수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폐기물 선별업체에 주던 지원금도 이물질 포함 여부 등 플레이크 품질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김효정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가 자리 잡으면 2022년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이 10만 t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앞으로 페트뿐 아니라 재활용 품목의 분리배출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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