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서울대 ‘레논벽’이 훼손된 사건과 관련해 대학생들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20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 현수막 훼손 관련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도형 학생모임 대표는 이날 “레논벽에 붙여놓았던 두꺼운 재질의 손피켓이 찢어진 점 등에서 의도적으로 누군가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배움의 공간에서 이를 훼손하는 것은 다른 의견을 짓누르려는 행위이며 민주주의 가치 훼손 행위”라고 말했다.
레논벽(Lennon Wall)은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자유의 상징으로,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절 반정부시위대가 저항의 의미로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의 노래 가사를 한 벽에 적어 넣은 데서 유래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대학생들은 각 대학 교정에 레논벽을 설치했다.
박 대표는 “레논벽은 수많은 시민들이 모아주신 후원금과 서울대 학생들의 여러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며 “허위 신고마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형사고소라는 강경한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콩 지지 현수막 훼손이 발생한 대학이 14곳에 이르는 곳으로 파악했고, 한국 학생 얼굴을 웨이보에 공개하며 위협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범죄에 강경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대학가의 ‘혐중’ 정서를 우려한다며 “대자보 훼손의 범인이 혹여 중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지면 반성문 작성을 조건으로 즉각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19일 학생모임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대 중앙도서관 건물 한 벽면에 마련했던 레논벽 일부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연세대와 고려대, 동국대 등 여러 대학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 간의 학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학생모임은 오는 23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 광장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연 뒤 중국대사관까지 행진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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