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무기한 파업]무료환승 등 경찰과 협조체제
통원치료 환자들 “서울 왕래 걱정”… 열차표 없어 항공편 알아보기도
시멘트-철강 수송도 차질 우려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 첫날인 20일 오전 서울역은 열차 운행 일정을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자신이 예매한 승차권과 코레일이 게시한 ‘운행 중지 열차 목록’을 번갈아 보며 예매한 열차가 취소됐는지 확인하거나 정상 출발하는지 알아보느라 바빴다.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충북 청주에서 온 박기용 씨(71)는 “대학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에 왔다. 앞으로 보름 동안 서울을 오가며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파업 소식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당황스러워했다. 중국에서 온 이텅 씨(19)는 “부산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원래 예약한 기차를 타지 못해 다음 기차를 두 시간째 기다리는 중이다. 파업 때문인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파업이 오전 9시부터 시작돼 ‘출근길 대란’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파업 영향이 본격화된 퇴근시간대 수도권 지하철은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오후 7시 20분경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직장인 박모 씨(33·여)는 “여유 있게 가고 싶어 열차 3대를 보내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회사원 이규진 씨(34)는 “오후 5시부터 충무로역 4호선 열차에 승객이 가득 차서 손잡이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동 수요가 많은 주말이 되면 승객 불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2일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면접이 진행되는 등 대학 입시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서울과 지방을 오가야 하는 수험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주말에 부산에서 하는 대학 동기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 정모 씨(32)는 “파업 영향 때문인지 열차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20만 원 가까이 주고 김포∼김해 왕복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는데 이마저도 거의 매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대입 수험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험생 수송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열차 출발이 지연되거나 운행 도중 지연이 예상될 경우 다른 열차를 이용하도록 무료 환승편을 제공하기로 했다. 수험생이 탄 열차가 지연되면 해당 열차 승무원이 인근 하차 역에 연락해 시험장까지 긴급 수송하도록 경찰 등과 협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해당 대학에도 수험생 도착 상황을 사전 통보하기로 했다.
앞으로 파업이 장기화되면 승객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은 “파업이 5주 차에 접어들면 대체인력 피로도, 운행 안전 확보 등을 고려해 KTX 운행률이 필수 유지업무 수준인 56.7%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산업계 피해도 우려된다. 철도 수송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철강업 등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시멘트 업체가 몰려 있는 충북 북부의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유통기지별로 재고를 최대 수준으로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육로 수송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현재 철도 수송 비중은 40% 수준인데 이번 주가 지나면 철도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육로 수송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