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서울’ 선택한 단국대, 죽전캠퍼스서 ‘단국 르네상스 시대’ 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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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총장 ‘죽전 12년’ 성과 강조

단국대 연구진이 웨어러블 장비를 직접 사용하면서 토론하고 있다. 단국대 제공
단국대 연구진이 웨어러블 장비를 직접 사용하면서 토론하고 있다. 단국대 제공
올해 설립 72주년을 맞은 단국대는 일찌감치 ‘탈(脫)서울’을 단행했다. 단국대는 2007년 본교 캠퍼스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경기 용인시로 이전하고 ‘죽전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과감하게 ‘인서울’을 포기한 단국대가 어떻게 변화할지 대학가의 관심이 컸다.

올 8월 취임한 김수복 단국대 총장은 20일 “10년 넘게 추진한 단국대의 4대 특성화 전략이 대학의 경쟁력과 평판을 올리는 성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학문과 예술을 부흥시키는 ‘단국 르네상스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캠퍼스 이전 계기로 대학 체질 개선

단국대 죽전캠퍼스 교지 면적은 50만5300m². 기존 서울캠퍼스(13만5700m²)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다. 단순히 캠퍼스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다. 단국대는 “2007년 죽전캠퍼스로 이전한 이후 대학 성장의 중심이 문과에서 이공계까지 확대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국대는 최근 12년 동안 교원 280명을 새로 뽑았다. 적극적으로 교원 수를 늘린 결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제출이 서울캠퍼스 시절의 3.3배로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 단국대가 확보한 외부 연구비는 4875억 원에 이른다. 캠퍼스를 이전한 뒤 대학의 ‘본령’인 연구역량 강화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국대는 지속적으로 학문 단위 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학의 양대 캠퍼스(죽전, 천안) 학사행정을 하나로 통합하고, 중복학과를 통폐합했다. 학생, 교직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조정의 결과는 새로운 학문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로 이어졌다. 단국대가 2009년 이후 새로 만든 학과 및 학부는 17개(정원 687명). 대부분 소프트웨어학과와 모바일시스템공학부, 의생명공학부, 제약공학부 등 신산업 분야에 집중됐다.

○ 특성화로 ‘인공지능(AI) 캠퍼스’ 만든다

단국대는 10여 년 전부터 ‘정보기술(IT), 생명과학기술(BT), 문화기술(CT), 외국어교육’ 등을 4대 특성화 전략으로 삼았다. 최근 그 결과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단국대는 최근 대학 내부 시스템에 자체 AI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AI 프로그램인 ‘단아이(Dan.i)’를 5월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의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단아이는 △개인 시간표 △학사 일정 △실시간 출석 현황 △성적 및 교과목 등을 대화하듯 물어보면 정보를 제공한다. 그동안 직접 홈페이지를 검색하거나 전화로 문의해야 했던 내용을 단아이에 질문하면 바로 답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국대는 내년 2월 단아이를 모바일 앱, AI 스피커 등과 연동할 예정이다.

BT 분야는 천안캠퍼스를 중심으로 ‘중부권 바이오메디컬’ 특화에 나섰다. △의대 △치대 △약대 △간호대 △보건과학대 등의 의약학 교육 △의대병원 △치대병원 등의 의료보건임상 △기초과학 △농생명 등의 바이오 분야를 천안캠퍼스 한곳에서 모두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단국대에서는 10개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중동어 등이다. 특히 몽골학과는 1993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설돼 ‘몽골어-한국어 대사전’ 발간도 앞두고 있다. 단국대 관계자는 “외국어 특성화대를 제외하고 하나의 대학에서 10개 외국어를 함께 가르치는 모델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 단국대 발자취 담은 역사관 개관

단국대는 10여 년 전부터 정보기술(IT)을 대학의 특성화 전략 중 하나로 추진하면서 IT,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를 얻고 있다. 1일 문을 연 단국역사관(왼쪽 사진)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단국대 죽전캠퍼스 전경. 단국대 제공
단국대는 10여 년 전부터 정보기술(IT)을 대학의 특성화 전략 중 하나로 추진하면서 IT,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를 얻고 있다. 1일 문을 연 단국역사관(왼쪽 사진)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단국대 죽전캠퍼스 전경. 단국대 제공
1일 단국대 역사를 담은 단국역사관이 죽전캠퍼스에 문을 열었다. 지상 6층(연면적 5432m²) 규모다. 1947년 11월 광복 후 최초의 4년제 대학으로 설립된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국대의 역사를 모은 시설이다.

단국역사관은 단국대 개교 70년을 맞은 2017년 건립이 추진됐다. 장충식 이사장과 장호성 전 총장 등 1300여 명의 동문, 교직원이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릴레이에 참여했다. 2층 대학역사관에는 시대별로 단국대의 흔적을 담은 문서와 사진,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김 총장은 “우리 대학의 염원이던 역사관 개관을 통해 대학이 추구하는 미래상을 알리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단국대 창업지원단, 아이템부터 판로개척까지 전방위 지원 ▼

정부 ‘창업교육거점센터’로 선정, 5년간 학내 벤처기업 144곳 배출

이성욱 단국대 교수(왼쪽)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알지노믹스 부설 연구소를 소개하고 있다. 단국대 제공
이성욱 단국대 교수(왼쪽)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알지노믹스 부설 연구소를 소개하고 있다. 단국대 제공
단국대는 올 6월 창업교육거점센터로 선정됐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전국에서 2곳만 선정하는데 단국대가 수도권과 충청·강원권의 대표 창업교육대학으로 꼽힌 것이다. 단국대는 2년 연속이었다.

단국대는 캠퍼스 자체를 창업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014년 신설한 창업지원단은 최근 3년간 창업 강좌 836개를 열었다. 이를 통해 2만4645명이 창업교육을 받았다. 학생들의 ‘창업휴학’도 눈길을 끈다. 2015년부터는 창업특기생 입학전형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창업지원단에서 배출한 학내 벤처기업은 총 144곳으로 누적 매출액은 450억 원에 달한다.

창업지원단이 배출한 스타기업도 적지 않다.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알지노믹스가 대표적이다. 단국대 이성욱 교수(대학원 생명융합학과)가 창업한 알지노믹스는 이 교수가 20년간 연구한 리보핵산(RNA)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지원단과 KDB산업은행 등에서 120억 원을 투자받았다. 앞으로 5년 내에 알츠하이머, 유전성 망막질환 같은 난치성 질환 치료제 20개의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재활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네오펙트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네오펙트는 뇌중풍(뇌졸중), 치매 환자를 비롯한 신경성 환자의 재활 훈련을 돕는 스마트 글러브를 만든다. 글러브 끝에 달린 센서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자동 측정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여기에 맞는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네오펙트의 재활 솔루션 개발은 최용근 단국대 웨어러블산업센터장의 한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회사는 최 교수를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영입한 뒤 단국대 창업플라자센터에 입주해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친환경 용기를 만드는 이너보틀 오세일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았다. 오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이 공동 주최한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100%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출품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는 아이템 발굴 및 시제품 제작부터 시험 생산, 판로 개척 같은 제품 상용화 전 과정에서 창업지원단의 조언을 받았다. 이 밖에 연료 소모량이 적고 열효율은 높은 목조주택을 만드는 케이스건축도 단국대가 배출한 대표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단국대 측은 “현재 단국대 캠퍼스에 입주해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기업이 죽전 41곳, 천안 16곳 등 57곳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단국대#창업교육거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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