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화예술회관을 청소하는 직원은 12명이다. 올 1월부터 문화예술회관 소속 무기계약직이 되었지만 지난해까지 회관 청소는 대전에 본사를 둔 업체가 맡았다. 울산시 산하 문화예술회관 청소를 울산이 아닌 타 지역 업체가 맡은 것이다.
고속철도(KTX) 울산역 인근에 내년 12월 준공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총사업비 1678억 원이 투입되는 이 센터의 알루미늄 창호 납품업체는 경기 김포에 본사를 둔 S사다. 울산에 본사를 둔 K사도 S사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다 조달청 조달우수제품사로 등록되었기에 납품 자격이 충분하지만 시는 S사를 선정했다.
K사 관계자는 “울산 업체를 보호해야 할 시가 오히려 지역 업체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행정안전부 고시에 지방자치단체의 공사 및 물품 용역비가 3억2000만 원 이상이면 전국 입찰을 하도록 되어 있어 시의 선정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문화예술회관 청소 용역은 연간 5억여 원이고, 컨벤션센터 창호 납품가는 9억8000만 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앞으로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올해 울산박물관의 서가와 사다리는 경기 포천의 업체가 납품했고, 청사 소독은 서울 업체가 맡았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공조기 필터 교체 공사는 경북 칠곡의 업체가, 수목 생육환경 개선사업은 부산 업체가 맡은 사실이 최근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혀졌다.
공공기관의 입찰정보를 알려주는 조달청 나라장터의 발주 현황을 보면 울산 업체 홀대가 더 심각하다. 최근 2년간 광역자치단체별 지역 업체 수주비율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전 93%, 전남 83.3%, 부산 80.7%, 세종 73.5%였다. 하지만 울산시는 전체 발주금액 208억9800만 원 중 9억4700만 원만 수주해 4.5%에 불과했다.
울산의 자치단체 등 관공서가 지역 업체를 외면해 온 셈이다. 그러고도 시는 해마다 울산에 공사현장을 두고 있는 민간 건설사를 찾아가 지역 업체를 하도급 업체로 등록해주도록 낯 뜨거운 부탁을 계속하고 있다.
울산의 인구는 2015년 11월 120만640명을 정점으로 46개월 연속 줄어들어 지난달 말에는 117만 명마저 무너졌다. 울산의 장기 불황과 이에 따른 ‘탈울산’을 막기 위해서는 자치단체 등 관공서가 지역 업체 살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울산시 산하 문화예술회관과 박물관 등 관공서의 공사와 자재 납품을 타 지역 업체가 맡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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