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서 발견된 시신…유족 “경찰, 머리 못 찾은 사실 숨겨”

사진=경찰CI

유서를 남기고 실종됐다가 약 50여일 만에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A 씨의 유족 측이 “경찰이 시신 발견 당시 머리 부분을 찾지 못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 아버지와 경기 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25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

A 씨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실종 약 50여일 만인 지난 11월 14일 감악산 절벽 60m 아래에서 A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머리가 없었다.

머리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족은 경찰에 항의했고, 경찰은 수색을 통해 지난 19일 최초 시신 발견 지점에서 15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머리 부분을 발견했다.

A 씨의 아버지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시신을 확인한 때 경찰이 머리 부분은 너무 흉측하니 보지 말라고 했는데, 나중에 장례를 치르려고 보니 머리가 없었다”며 “우리는 아무도 경찰로부터 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나중에 병원 관계자한테 이 사실을 전해 듣고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형사한테 전화해 머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이 되레 사위에게 (머리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짜증스럽게 응대했다”고 덧붙였다.

A 씨 아버지는 즉시 사위를 불러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위 역시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은 추가 수색을 통해 머리 부분을 찾았다. A 씨 아버지는 “부인과 사위가 머리를 확인했는데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부패가 되더라도 머리카락은 몇 가닥이라도 남아 있어야 되는데 한 가닥도 없다고 한다”며 “만약 산짐승이 먹었으면 이빨 자국으로 약간씩 멍이 들거나 깨지거나 했을 텐데 금 간 것도 없고 깨끗하다. 미스터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떤 행위를 보여주는 단서도 없다. 줄도 없다”면서 “오히려 휴대전화하고 핸드백 등 소지품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나왔다. 의문투성이인 사건인데 (경찰이) 이것을 그냥 종결하려고 했다”며 자살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A 씨 시신은 현재 부검 중이다. 결과는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 측은 “시신을 수습한 후 머리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해 A 씨의 남편에게 알렸고, 날씨가 좋아지면 수색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며 “검사 지휘 없이 경찰이 자의적으로 변사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 머리를 찾기 위해 지방청 체취증거견 동원 일정 조율까지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유족 측이 제기한 타살 의혹에 대해서는 “A 씨가 혼자 택시를 타고 산 근처까지 간 화면은 확보한 상태다. 정확한 사건 경위는 수사 중”이라고 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