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계층상승” 10년새 48→29%… 신분이동 사다리 사라져 고착화
낮은 계층일수록 비관적 응답 많아
워라밸, 처음으로 ‘일 우선’ 앞질러
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강모 씨(32)는 본인의 현재 사회계층을 ‘중하’로 보고 있다. 40, 50대가 돼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강 씨는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 시절에도 부지런히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에 2년이 걸렸다. 서울에서 집 살 돈을 모은다는 건 언감생심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내 삶은 지금과 비슷하게 유지되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현실이 통계로 나타났다. 본인 자녀 세대의 계층이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이 10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계층 상승의 통로라고 여겨지던 교육 등의 채널이 더 이상 계층 이동 사다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 “자식 대에는 ‘개천 용’ 더 힘들 듯”
25일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본 비율은 28.9%로 10년 전인 2009년(48.3%)보다 19.4%포인트 하락했다. 본인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긍정 대답이 2009년 37.6%에서 올해 22.7%로 떨어졌다.
자신의 현재 계층이 낮다고 인식할수록 계층 상승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더 강했다. 본인의 계급을 상층으로 본 응답자는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48.6%로 봤지만 하층인 응답자는 21.5%로 봤다.
이 같은 인식은 계층 간 이동이 원활했던 과거와 달리 계급 고착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소득이동성의 구조변화 가설검정과 인구고령화의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7년 가구소득 1분위(하위 10%)였던 가구가 이듬해에도 1분위에 머문 비율은 59.9%다. 반면 2014년 소득 1분위 가구의 64%가 2015년에도 소득 1분위에 머물렀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직업 및 소득 계층의 세대 간 이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가 1군 직업(고위공무원, 전문직 등)에 있는 자녀가 1군 직업을 구하는 비율은 32.3%였지만 아버지가 3군 직업(단순노무 등) 종사자일 경우 자녀가 1군 직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16.6%에 그쳤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계층 이동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던 교육의 경우 이제는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단계가 추가돼 사회이동 채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워라밸’이 처음으로 ‘일이 우선’ 앞질러
이번 조사에서 19세 이상 중 ‘일을 우선시한다’는 대답은 42.1%로 2년 전 조사(43.1%)보다 1.0%포인트 줄었다. 반면 ‘일과 가정 둘 다 비슷하게 중요하다’는 44.2%로 1.3%포인트 올랐다. 2011년 관련 문항을 물어보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둘 사이의 비중이 역전됐다.
성별로는 남자의 경우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48.2%)이 더 높았지만 여자(49.5%)는 일과 가정 둘 다 중요하다는 대답이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19∼29세는 일을 우선시한다(50.3%)는 대답이 많았고, 30대 이상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회조사는 전국 1만9000가구 내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7000명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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