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이 27일 구속됐다. 노무현 정권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여권 주요인사 등과 친분을 쌓았던 그의 구속으로 ‘조국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감찰무마 의혹에 대해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9시50분쯤 “청구된 여러 개 범죄 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유씨의 지위, 범행기간, 공여자들과 관계, 공여자의 수, 범행 경위와 수법, 범행횟수, 수수한 금액과 이익의 크기 등에 범행 후 정황, 수사진행 경과,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의 사유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그는 그대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유 전 부시장은 앞서 법원 출석과 구치소 이동시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시 펀드운용사 및 창업투자 자문사 등 금융관련 업체에서 골프채와 항공권, 자녀 유학비용, 차량 제공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에 근무할 당시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는 업체들에 자신의 저서를 대량 구입하도록 하고 자산관리업체에 동생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범죄 혐의점 입증을 영장 심사를 통해 상당부분 확인한 검찰은 사건 본류인 유 전 부시장 사건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금품수수도 중대 범죄이지만 유력인사에 대한 감찰 중단은 정치권 안팎은 물론 정권 차원의 ‘봐주기’ 의혹으로 불이 붙을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최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잇따라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유 전 부사장을 구속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조만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의) 소환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이에 따라 소환을 통보한 적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민정수석 재임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첩보를 조사한 결과 해당 비위 첩보 자체의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면서 “민정수석실 안에서 금융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비서관실의 책임자인 백원우 청와대 전 민정비서관에게 금융위에 통지하라고 내가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 전 시장에 대한 영장 발부로 감찰 중단 배경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구속영장에 포함된 혐의 중 일부가 당시 이모 특감반원이 감찰했던 사안인데다 조사를 받은 특감반원 상당수가 감찰 중단을 지시한 배후로 조 전 장관을 지목하고 있어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유재수 국장의 사표를 받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감찰 결과를 금융위에 직접 통보한 백 전 비서관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박 반부패비서관 3명이 비서관 회의에서 합의해 사표수리를 결정했다는 조 전 장관 측 해명에 대해서도 청와대 내 지휘 체계나 지금까지의 관련자 진술로 볼 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갑자기 감찰이 중단되는 과정에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진 만큼 검찰 수사가 청와대 윗선이나 여권 실세로까지 확대될 지도 관심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