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수출규제-지소미아 내달 정상회담서 빅딜 가능성
日언론 “한일 소통채널 개선”
피해자 단체 ‘문희상 해법’에 반발… 靑관계자 “의견 더 듣고 계속 수정”
일본 정부가 한일 갈등의 핵심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문희상 해법’에 대해 잇달아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면서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빅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둘러싼 한일 간 힘겨루기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만남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은 만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 日 “문희상 해법 계속 추진해 달라”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한(한일)의원연맹 소속 한 의원은 26일 오후 일본 정부의 밀사 자격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접견해 “문 의장의 강제징용 해법을 계속 추진해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이 의원은 “경제산업성에서 나오는 반발은 실제 일본 정부 내 기류와는 다르다”며 “이는 일본 외무성의 뜻”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산성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날을 세우는 데 대해 일본 내 강경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전략적 액션이라는 점을 내비치며 ‘문희상 해법’을 통해 한일 갈등을 해결해 나가자는 속내를 전한 셈이다.
문 의장이 제시한 해법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을 마련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자발적으로 기금을 낸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이 변제되는 것으로 보고 민사적으로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해 논란을 종결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방안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 해법을 일본이 받아들일 여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타국 입법부에서의 논의이므로 (일본) 정부로서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고가 고(古賀攻) 전문편집위원의 기명 칼럼에서 한 외교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한일 간 의사소통 파이프(채널)가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문 의장 해법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강제징용 해법이 마련돼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소미아 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갈등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은 가운데 강제징용 문제를 더 이상 내버려두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2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일이 의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회담 조율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환경도 갖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일 정상회담 전 피해자 동의 변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인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보좌관 겸 수석비서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강제징용과 수출규제에 대한 외교적 협상으로 돌아서는 데 아베 총리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와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의 압박과 내년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 등 대내외 요인을 고려한 ‘방향 전환’”이라며 그 핵심에서 이마이 보좌관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경산성 관료였던 이마이 보좌관은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에 기용돼 아베 총리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마이 보좌관은 최근 문 의장 해법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등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의장의 해법에 대해 일부 강제징용 피해자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이 때문에 한 달도 남지 않은 한일 정상회담 전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외교 협상이 본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자 의견 수렴을 통해 기존 해법을 계속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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