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 명이 지원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키보드 버튼 하나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수험생이 비정상적 방식으로 성적을 조회하고 방법까지 공개한 건 문제이지만 평가원의 허술한 시스템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다.
평가원은 성적을 조회한 수험생 312명을 대상으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만간 법률 검토에 나설 것으로 2일 알려졌다. 평가원은 수능 출제와 문제지 및 답안지의 인쇄 및 배부, 채점과 성적 통지를 위탁받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그러나 교육부 내부에서는 ‘귀책사유가 평가원에 있기 때문에 수험생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평가원이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육부 차원의 감사는 물론 수사의뢰까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성기선 평가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체 수험생 성적 유출이 아니고) 자기 성적에 대한 것이라 충격 여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성적을 조회한 수험생을 ‘대단한 애들’이라고 표현하며 “의도성이나 고의성이 있던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성 원장의 사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능 난도 조절 실패 때처럼 공개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 원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한다. 이 때 성적 유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성 원장은 “시스템 자체의 오류가 아니어서 (입장 발표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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