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숨진 수사관 동료들 “靑서 전화 자주 온다며 힘들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5일 03시 00분


“유재수 수사상황 너무 자주 물어”… 비서관 실명 거론하며 부담 호소

[자료] 청와대 전경
[자료] 청와대 전경
“청와대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 상황을 너무 자주 물어 온다.”

유 전 부시장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소속이던 검찰 수사관 A 씨(48)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주변 동료들에게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다. B 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전화를 자주 건다. 부담된다”는 말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A 씨는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 2월 검찰에 복귀하기 전까지 대통령민정비서관실에 파견돼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 밑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다. 이전 정부부터 청와대 근무 이력이 있는 데다 인맥이 넓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이른바 ‘백원우팀’의 핵심 역할을 했다.

서울서부지검을 거쳐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옮긴 A 씨는 올 9월부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유 전 부시장 관련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입장이 난처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2017년 적발된 유 전 부시장의 개인 비리와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감찰 무마 연관성을 수사하자, 청와대 차원에서 수사 상황을 수시로 점검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청와대 파견근무 이력 때문에 당시 수사팀에서 배제돼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화가 끊이질 않아 A 씨는 이 부장검사를 찾아 직접 부서를 옮겨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검찰이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지시’ 의혹까지 수사하면서 A 씨의 부담감이 극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울산에 내려가 김 전 시장과 관련한 경찰 수사 상황을 직접 점검한 것이 A 씨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A 씨의 고민도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동료들은 A 씨를 ‘입이 무거운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들은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친분, 수사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A 씨가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김정훈 hun@donga.com·김동혁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유재수#백원우팀#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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