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2등급인 상위권, ‘가’군 서울대 ‘나’군 연세대 지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5일 03시 00분


지난해 정시 모의지원 패턴 분석… 가-나-다 군 지원 요령 알기

‘정시모집 원서접수 때 가군과 나군 다군에서 각각 어느 대학에 지원해야 할까?’

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보통 전문가들은 “각 군마다 하나씩 상향, 적정, 안정에 맞춰 지원하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막상 특정 대학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과거 입시에서 자신과 비슷한 대학과 학과를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군별로 어디를 지원했는지 알면 최종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입시정보업체인 진학사와 함께 지난해 정시 모의지원 사례 10만 건을 처음 분석했다. 지난해 대입 때 각 개인이 실제 수능성적을 바탕으로 이용한 모의지원 서비스 결과를 패턴으로 정리한 것이다. ‘가’군에서 동일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이 각각 ‘나’군과 ‘다’군에 지원한 모집단위를 1∼5순위까지 뽑았다. 지원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면에 있는 군별 선발 대학과 인원 표를 함께 보면 좋다.

○ 의대 빅5 지원 패턴 동일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이 지원하는 의대는 지원 패턴이 매년 동일하다. 의예과를 선발하는 대학은 ‘가’군에 제일 많지만 소위 빅5 의대 중에는 서울대만 포함된다. 나머지 연세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울산대 의대는 모두 ‘나’군에서 선발한다.

4일 광주 북구 전남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과 진학지도 선생님이 대학 배치표를 펼쳐놓고 입시전략을 상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4일 광주 북구 전남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과 진학지도 선생님이 대학 배치표를 펼쳐놓고 입시전략을 상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따라서 ‘나’군에서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이라면 ‘가’군에 제일 많이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이 두 곳이다. ‘나’군보다 상향 또는 하향하느냐에 따라 각각 서울대나 경희대에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점수 차이 때문에 경희대에 지원하는 사례가 더 많다. 그리고 ‘다’군에서는 점수가 높은 인하대와 순천향대를 지원한다. 그런데 인하대가 모집 인원이 적은 탓에 점수가 높다. 그래서 순천향대를 지원하는 수험생이 더 많다.

최상위권 수험생은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지원을 희망한다. 서울대는 ‘가’군에 있지만 고려대와 연세대는 ‘나’군에 있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수능 영어영역에서 2등급을 받은 수험생이라면 ‘나’군에서 고려대와 연세대 중 어디에 지원할까. 고려대는 절대평가인 영어를 감점 방식으로 반영한다. 인문계열을 기준으로 수능은 ‘국어 35.7%+수학 35.7%+탐구 28.6%’로 반영한다. 이들 영역을 더한 총점에서 영어 1등급이면 감점이 없지만 2등급은 1점을 감점한다.

연세대는 영어영역의 경우 등급별로 점수를 부여한 뒤 다른 영역처럼 일정 비율(16.7%)로 반영한다. 영어 1등급과 2등급 간 차이는 8.3점이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영어 2등급을 받고 ‘가’군에서 서울대에 지원한 수험생은 ‘나’군에서 고려대를 지원할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실제 지원 패턴은 다르다. 예를 들어 ‘가’군에서 서울대 경영대에 지원한 수험생의 ‘나’군 지원 패턴 1순위는 연세대 경영이고 고려대 경영은 2순위다. ‘가’군에서 서울대 사회복지에 지원한 경우도 ‘나’군 1순위가 연세대 경영, 2순위가 고려대 경영이다.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최상위권 대학 지원자는 전형방법상 유리한 점이 있어도 개인별 선호도 등 심리적인 이유로 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추합’ 노리면 경쟁 대학 파악

‘나’군에서 중앙대 공대에 안정적으로 합격 가능한 성적을 가진 수험생은 ‘가’군은 성균관대나 서강대 등으로 상향 지원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성균관대 공학계열이 서강대보다 선발 인원이 많다보니 수험생들이 더 선호한다. ‘다’군은 해당 군에서 상위권인 중앙대 창의ICT공과대를 1순위로 지원한다.

만약 중앙대 공대를 상향 지원하는 수험생이라면 ‘가’군에서 서울시립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중앙대는 해당 군에서 의대나 안성캠퍼스 생명공학밖에 없고, 경희대는 자연과학대만 모집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원 패턴을 보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를 지원했다. 그리고 ‘다’군은 건국대 스마트ICT융합공학이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 또는 정보·컴퓨터공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모집단위에 추가 합격을 기대하며 상향 지원한다면 내가 지원한 대학과 경쟁 대학과의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최초 합격이 아닌 추가 합격은 내가 지원한 군 이외에서 나보다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 합격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군에서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에 지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모집단위는 ‘나’군 연세대나 고려대의 하위학과와 성적대가 겹쳐 다수가 이탈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노리는 수험생이라면 ‘나’군에서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에 1순위로 안정 지원한다. ‘다’군은 중앙대 경영경제가 1순위였고, 2순위는 인문계도 교차 지원 가능한 상지대 한의예였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정시 원서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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