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를 넘어 공간복지로]
사회적 기업 ‘최고의 환한 미소’, 인천 빈집 재활용 프로젝트 추진
임대주택-사무실 등으로 개조
“동네 골칫덩이인 빈집이 주변에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고 주민과 공존하게 할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 그런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청년 기업가 최환 씨(35)는 사회적 기업인 ‘㈜최고의 환한 미소’를 5년째 이끌며 빈집 활용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인천 미추홀구 내 방치된 빈집을 다양한 용도로 개·보수해 청년 임대주택, 사무실, 스마트 도시농업, 일자리 창출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명 ‘빈집은행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진 집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미추홀구 지원으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2017년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소개된 공동생산 우수사례였다.
최 씨 제안으로 옛 미추홀구 용현1·4동 주민센터는 빈집 활용의 베이스캠프 격인 ‘빈집은행’으로 단장돼 지난해 5월 개소식을 가졌다. 지하 1층에 공유 오피스 10개가 꾸며져 있고, 1층은 창의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다. 3D 프린터, 레이저 자동 절삭기, 나무 합판 가공기계, 각도 절단기, 전기톱 등 집수리와 창작물 제작 때 필요한 크고 작은 100여 개의 기기를 갖추고 있다. 협동로봇도 있어 아이디어를 프로그래밍해 시험을 해보거나, 공용 기자재로 여러 창작물을 만들어볼 수 있다.
2층 교육과 모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틀간의 집중수업부터 1∼3개월 과정의 DIY(Do It Yourself·스스로 하라) 제작법, 3D프린트, 방수, 집수리 등의 국가자격증 취득이나 기술전수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최 씨는 “무박 2일 교육엔 수백 명이 강의를 듣기도 하지만 주로 주 1, 2회씩 저녁 시간에 이어지는 기술 강좌를 들으러 오는 30대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최 씨는 5년 전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펼치다가 우연찮게 빈집의 가치를 발견했다.
“폐현수막을 수거해 가방과 여성 구두(하이힐)를 만들고 패션쇼를 진행해 보았는데 자본력과 유통 마케팅 뒷받침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료 5명과 사무실 임차료와 집값을 아끼기 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빈집이 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빈집을 활용한 ‘집수리 리모델링’ 교육과정을 홍보하다가 한 노인이 고독사한 뒤 방치된 2층 단독주택을 얻어 사무실 겸 교육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악취가 심해 주민 신고로 노인이 숨진 사실이 발견됐다”며 “이 빈집을 임차해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만큼 무상으로 사용했고, 다른 빈집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해 가치 있는 공간으로 바꿔왔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빌라 중에서 임대가 이뤄지지 않는 지하나 반지하 빈집은 ‘스마트 도시농장’으로 변신시켰다. 최 씨는 “물이 역류하는 지하주택이어서 수리하더라도 세가 나가지 않는다”며 “그간 16채를 버섯재배 공간으로 바꿔 농사에 참여한 주민들이 월 100만∼15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씨는 LH로부터 20년 임차 계약을 맺고 지하주택을 작물 재배와 일자리 창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빈집에서 청년들의 창업과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모델 발굴을 위한 계획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