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27세부터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아지는 흑자 인생이 시작되고 41세에 소득이 생애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59세부터 소비가 소득을 웃도는 ‘적자 인생’으로 돌아선다. 통계청이 9일 내놓은 ‘국민이전계정’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국민의 소비는 전년보다 3.8% 늘어난 952조4000억 원이었다. 소비에는 민간의 재화와 서비스는 물론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재화와 서비스도 모두 포함된다.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포괄한 전체 노동소득은 2015년보다 4.5% 증가한 842조1000억 원이었다. 노동으로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아 110조3000억 원 적자인 셈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평균액을 기준으로 0∼26세 시기는 쓰는 돈이 소득보다 더 많은 적자 시기였다. 특히 16세 때는 노동소득이 전혀 없는 반면 소비액이 2867만 원에 이르러 전 생애를 통틀어 적자 규모가 최대였다. 김대호 통계개발원 연구기획실장은 “10대에 투입되는 공공 교육비와 보건비의 비중이 크고 민간 사교육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비를 포함한 1인당 민간 교육 소비는 16세 때 757만8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공교육비는 11세 때 981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6년 전체 민간 교육비로 52조8810억 원이 쓰였다. 전체 공교육비(56조8340억 원)와 맞먹는 규모다.
20대부터 사회에 진출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적자 규모가 점점 줄어들다가 27세가 되면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은 흑자 시기에 들어선다. 이후 노동소득이 계속 늘어나 41세 때 소득이 평균 3209만 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다. 직장에 취직해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만 놓고 보면 가장 많은 소득을 버는 시기는 38세로 1인당 평균 3101만4000원을 벌었다.
이후 흑자 규모가 줄다가 59세부터 다시 쓰는 돈이 더 많은 적자 시기로 바뀐다. 59세 때 노동소득은 1776만 원으로 줄어드는 반면 소비는 1855만 원으로 늘어난다. 79만 원 적자인생이 시작되는 셈이다. 다만 고령층이 일하는 기간이 늘면서 은퇴 후 적자로 전환하는 시기가 2015년(58세)에 비해 1년 늦춰졌다.
고령화로 노년층의 소비는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이들의 소비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년층의 공공 소비는 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 2016년 기준 44조378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보다 10.9% 많아진 것이다. 정부가 노년층의 공공 보건에 쓰는 돈은 2016년 기준 25조2940억 원으로 전년보다 12.6% 불어났다.
65세 이상의 민간 소비는 69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다. 14세 이하의 민간 소비는 2.2% 줄었고 15∼64세 인구는 3.3% 늘어 노년층의 민간 소비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국민이전계정은 연령별로 소득 이전과 소비 액수 등을 파악해 재정부담이 세대 간에 어떻게 재분배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데 맞춰 연령 간 경제적 자원 배분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올 1월 2010∼2015년 자료를 처음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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