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마포구청 주차장 앞에 차를 잠시 세운 화물차 운전자가 하소연했다. 올겨울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면서 공공기관 주차장을 폐쇄한 탓이다. 이날 서울과 인천 경기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했다. 서울시는 이날 정오까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1만12대가 통행했고 그 중 단속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인 저감장치 미부착 차량은 4530대라고 밝혔다.
이날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후부터 급격하게 높아졌다. 오전에 편서풍을 타고 중국 등 국외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된 데다 대기 정체로 쌓인 미세먼지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청와대 뒤 북악산과 인왕산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오후 5시 ㎥당 일평균 농도는 서울 63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경기 65μg, 인천 61μg으로 모두 ‘나쁨(36~75μg)’이었다. 한때 경기 부천 내동은 194μg, 서울 강서구는 144μg까지 치솟았다. 오후엔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충남 경기 대구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당 75㎍ 이상 농도가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우리가 중국보다 대기질이 나쁜 때도 있었다. 세계 주요 도시 대기질 자료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오후 1시경 인천의 대기질지수(AQI·Air Quality Index)가 275로 5위였다. 같은 시간 중국 베이징(257)은 6위, 중국 청두(207)는 7위였다.
바람이 잠잠하고 비가 내려 습도가 높았던 대기 상태가 초미세먼지 2차 생성을 부추겼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공기 중 오염물질이 활발히 섞이며 새로운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일어나면 실외에선 피할 곳이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대로변을 특히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도로는 수도권 미세먼지 최대 발생지로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만 26%를 차지한다. 또 차 배기가스와 마모된 타이어, 콘크리트 조각 등이 혼재돼 유해한 환경이 된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병원과 아파트, 학교 등이 모두 도로에 밀접해 있는 상황에선 도로 관리가 첫 번째 미세먼지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전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 종로 3길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는 무려 352μg에 달했다. 반면 도로 안쪽 건물을 지나 청계천에서 재니 321μg으로 약 30μg이 떨어졌다. 취재진이 사용한 측정기는 미국 TSI사의 ‘더스트 트랙 8530’으로, 한국환경공단 등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비가 내린 이날처럼 습도가 높을 경우 수치가 과잉 측정될 수 있지만 경향성을 파악하기엔 지장이 없다. 도로와 밀접한 종로구 건물 로비도 문이 닫혔을 때는 218μg, 문이 열릴 땐 268μg으로 순간 농도가 올라갔다. 큰길가 1층 카페도 문이 열렸다 닫힐 때 약 50~60μg의 농도차를 보였다.
11일에는 비상저감조치 대상지역이 늘어난다. 전날부터 시행된 서울 경기 인천 충북 외에 부산 대구 충남 세종 강원영서가 추가돼 전국 9개 시도로 확대된다. 관련 조례 시행을 앞두고 있는 대구와 충북을 제외한 7개 시도에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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