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6일(현지 시간) 폴란드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찾았습니다. 1940년 만들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 약 110만 명이 학살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유대인은 600만 명에 이릅니다. 유대인이 처형당했던 ‘죽음의 벽’에 헌화하고 묵념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인이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계를 넘은 범죄 앞에서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참회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은 것은 2005년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지만 독일 총리의 과거사 사죄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닙니다.
1970년 12월 7일 당시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1913∼1992)는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아 유대인 추모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 나라의 최고 실력자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까지 꿇는 것은 예삿일이 아닙니다. 반성의 진심이 느껴지는 행동입니다.
1977년 헬무트 슈미트(1918∼2015), 1989년과 1995년에는 헬무트 콜(1930∼2017) 등 현역 총리가 아우슈비츠를 방문했습니다. 1951년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1876∼1967)는 “독일 국민의 절대 다수는 유대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혐오했으며 그 범죄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독일 국민의 이름으로 저질러졌기에 도덕적, 물질적 배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독일 정치 지도자들은 수십 년간 공개적으로 과거 세대의 잘못을 사죄했습니다. 유대인 학살 생존자와 이스라엘에는 배상금 수백억 달러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철학자 마이클 샌델(66)은 과거 세대의 잘못에 대해 현재 세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철학적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샌델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는 구속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공동체를 위해 도덕적, 정치적 의무를 다하고 더 나아가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인간의 자아는 사회적, 역사적 역할과 지위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세대가 행한 잘못을 현재 세대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메르켈 총리 역시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자리에서 “범죄에 대한 기억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책임”이라며 “책임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고 강조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은 일본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고집하며 우리나라와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책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태도는 독일이 전후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버리고 과거 만행을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는 일본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냉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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