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책 100권, 나한테 사라" 요구
"오피스텔 얻어줘"…월세 등 대납시켜
"아내 줄 골프채 사줘" "항공권 사줘"
"아파트값 안올라"…1천만원 안갚아
"미국 가는데 돈 필요"…현금도 요구
입금 때 자신 아닌 장인·장모 계좌로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하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다양한 형태로 금품·이익을 받아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파악됐다.
14일 뉴시스가 확보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지난 2015년 2월 자산운용사 설립을 계획 중이던 A씨에게 자신이 집필한 책 100권을 출판사나 서점이 아닌 자신에게 직접 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떠안은 A씨는 책값 198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은 198만원을 자신이 아닌 장모 명의 계좌로 입금하게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조사했다.
유 전 부시장은 같은해 9월 금융투자업 등을 하는 B씨에게 ‘쉴 수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요구했고, 강남구 모 오피스텔을 A씨 명의로 임차기간 1년,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80만원에 계약하게 했다. 유 전 부시장은 이 오피스텔을 실제로 2016년 3월까지 사용했고, 이 기간 동안 B씨가 오피스텔 월세, 관리비 등으로 대납한 돈은 약 1300만원으로 조사됐다.
B씨는 또 2016년 6월과 12월에 유 전 부시장의 요구로 그의 아내와 아들의 항공권 구매대금 약 246만원, 약 195만원을 대신 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B씨는 2016년 8월 ‘아내에게 줄 골프채(드라이버·우드)를 사달라’는 유 전 부시장 요구에 따라 각각 80만원 상당의 드라이버 1개, 우드 1개를 사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부시장은 황당한 이유를 대며 빌린 돈을 갚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010년 초반 채권추심업, 신용조사업 등을 하는 C씨에게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가기 전 강남에 아파트를 하나 사두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니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달라. 전세를 놓아서 상환하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했고, 그해 4월 이번엔 자신의 장인 명의로 2억5000만원을 송금 받았다.
이후 2011년 8월까지 2차례에 나눠 2억3000만원을 갚은 유 전 부시장은 같은해 10월 남은 2000만원 중 1000만원만 갚으면서 C씨에게 ‘사놓은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볼 상황이다’라는 취지의 불평을 했고, C씨는 같은해 12월 만난 유 전 부시장이 같은 내용의 불만을 재차 토로하자 ‘갚지 않아도 된다’며 채무를 면제해줬다. 유 전 부시장은 또 2011년 4월께 C씨에게 ‘제가 미국에서 아는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있는데 돈을 좀 보내달라’고 해 장모 명의로 200만원을 받았다.
취업 청탁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1월께 B씨에게 ‘동생이 직장을 바꾸고 싶어한다’며 이력서를 보냈고, B씨는 당시 유 전 부시장 동생과 같은 경력과 나이의 직원을 채용할 인사수요가 전혀 없었음에도 회사 운영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같은 해 2월 유 전 부시장 동생을 회사 경영지원팀 차장으로 앉혔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시절뿐만 아닌 부산시 경제부시장(2018년 7월~2019년 11월)으로 재직 중일 때도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8년 9월께 C씨에게 ‘내가 지정하는 사람들에게 내 명의로 추석선물을 보내달라’고 요구, C씨는 유 전 부시장이 지정한 3명에게 각각 38만원 상당의 한우세트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전날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유 전 부시장을 구속기소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정책국장 시절 직무 관련성이 매우 높은 금융업계 관계자 4명으로부터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을 기소하면서 “(유 전 부시장의) 이런 중대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특감반)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된 내용이거나 확인 가능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 전 부시장 혐의들에 대한 2017년 청와대의 감찰 중단 의혹과 관련, 이른바 ‘친문(親文)’ 인사들이 개입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낸 바 있는 유 전 부시장은 친문, 친노 인사와 매우 가깝게 지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에 대해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그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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