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주∼영천고속道 참사 수사
용역업체 직원 “차막혀 미살포” 증언, 운영업체는 제빙여부 파악 못해
도로 구조적 문제여부 등 합동 조사
경북 군위군 상주∼영천고속도로 다리 위에서 14일 새벽 발생한 이른바 ‘블랙아이스’ 다중추돌 사고 당시 도로 위에 염화칼슘이 뿌려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속도로를 관리 운영하는 상주영천고속도로㈜ 관계자는 16일 “도로 유지 업무를 맡긴 용역업체로부터 사고 발생 40여 분 전인 오전 4시경 염화칼슘 수용액 살포작업에 나섰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 있던 용역업체 직원은 “사고 지점은 이미 (사고로) 차가 막혀 살포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속도로 운영업체로부터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명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팀장은 “염화칼슘 수용액은 거의 곧바로 녹을뿐더러 영하 30도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다시 얼지 않는다”며 “얇게 형성된 얼음막에 살포됐으면 다시 얼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고 운전자들도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전혀 듣지 않을 정도로 도로가 미끄러웠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가 도로 운영업체의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운영업체의 매뉴얼에 따르면 노면 온도가 영상 3도 이하이면 도로 내 취약구간인 급회전구간과 내리막길, 교량 등을 중심으로 제빙·제설작업에 나서야 한다. 사고 당일 오전 2시부터 비가 내려 결빙 우려가 있었고, 오전 3시경엔 노면 온도가 3도 이하로 떨어졌지만 제때 제빙작업에 나서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경찰과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등 20여 명으로 꾸려진 합동조사반은 16일 오후 2시부터 1시간여 동안 사고현장인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달산1교 지점을 살폈다. 블랙아이스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의 구조적 문제나 안전장치 미비, 운전 부주의 등 다른 원인은 없는지 집중 조사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로 겨울철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오후 국토부 교통정보센터에서 경찰청과 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민자고속도로 법인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결빙 취약 구간을 전면 재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결빙 취약 구간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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