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초구 염곡말길 내곡느티나무쉼터. 1층 스마트시니어 정보기술(IT) 체험존에서 열린 ‘로봇두뇌발달교실’에서 노인 8명은 대화형 로봇 ‘실봇’을 주시했다. 실봇은 노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실버’와 로봇을 합해 만든 신조어다. 노인들은 실봇이 지나간 길을 기억해 뒀다가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PC에 표시해야 한다.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화면 속 그림과 일치하는 그림자를 고르기도 한다. 모두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학습들이다. 실봇은 참가자들을 응원하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두뇌발달교실에 참여한 이순이 씨(62·여)는 “60대 초반이라 벌써 치매를 걱정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막상 참가해 보니 미리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씨는 IT 체험존 옆 카페에서 매주 금요일 실버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 가상현실 체험 가능한 노인 복지시설
내곡느티나무쉼터는 IT 체험존과 카페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 강좌가 열리는 교실과 심리상담센터, 치매예방센터 등을 갖춘 노인 전용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초구는 과거 민간 미술학원에 빌려줬던 4층짜리 건물을 고쳐 2017년 1월 노인복지시설을 만들었다. 특히 올 3월 IT 체험존이 조성되면서 노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선 로봇을 활용한 인지 능력 향상 프로그램과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 스마트폰 활용 교육 등이 가능하다.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IT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클래식 기타, 우쿨렐레 등 악기 강좌도 개설됐다. 지하에 있는 ‘헬스텍(헬스장+콜라텍)’에서는 명상 요가, 뱃살 클리닉, 막춤 교실 등이 열리고 있다. 만 55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민애 씨(61·여)는 “참여하고 싶은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이것저것 배우면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보통 3∼5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엄준 내곡느티나무쉼터 과장은 “복합문화시설로 바뀐 올해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400명으로 지난해 방문객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스마트폰 교육처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뱃살 클리닉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느티나무쉼터가 노인들이 흥미를 느끼면서도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하려고 찾아온다. 올해 대전시, 강원 횡성군, 전남 순천시 등의 공무원들이 이미 이곳을 방문했다.
○ 마술지도사, 바리스타 등 취업 자격증 과정 개설
서초구는 지난해 2월부터 기존의 낡은 경로당에 교육, 여가 시설을 대폭 늘려 ‘느티나무쉼터’라는 이름으로 재단장을 하고 있다. 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정도를 넘어 문화, 취미, 여가, 취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서초느티나무쉼터는 예술의전당과 가까운 특성을 살려 문화 강좌를 많이 개설했다. 악기뿐만 아니라 그림, 서예, 무용, 문예 등 다양한 예술교실이 열리고 있다. 양재느티나무쉼터는 1인 방송실을 활용한 유튜브 교육을 실시한다. 노인들의 유튜브 동아리 활동도 장려한다. 내곡느티나무쉼터에서는 일주일에 2차례씩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들을 위한 자격증 취득 과정도 운영한다. 서초느티나무쉼터에는 보드게임 지도사, 양재느티나무쉼터에는 마술교육지도사 과정이 마련됐고 내곡느티나무쉼터는 바리스타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뒤 쉼터 내에 개설된 카페에서 일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서초구의 느티나무쉼터는 생활밀착형 공간복지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간복지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체육시설, 독서실, 노인정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갖춰 주민들이 편하게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개념이다.
서초구는 느티나무쉼터 이외에도 약 20년 동안 방치됐던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를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전시장으로 조성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에서는 현재까지 청년예술가 60여 명이 전시회를 열었다. 서초구 관계자는 “유휴시설 등의 공간 활용도를 높여 주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공공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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