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모집. 경력·학력·나이 무관. 급여 월 300 이상.”
경북 경산에 위치한 대구가톨릭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16일 부착된 한 공고문의 내용이다.
공고문엔 학교 학생지원팀의 검인까지 찍혀있었다. 하지만 회사와 직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빨간색 글씨로 적힌 ‘월 300 이상’이란 내용과 ‘지원서작성 및 상세요강은 아래 QR코드를 찍어주세요’란 문구만이 눈길을 끌 뿐이었다.
경력과 학력, 심지어 나이까지 상관하지 않고 월 300만 원 이상을 준다는 회사. 게다가 학교도 게시를 허가한 공고문. 투박하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가득했지만, 몇몇 학생들은 호기심에 QR코드를 스캔했다.
QR코드를 통해 접속한 페이지에 지원서 및 상세요강은 없었다. 대신 ‘1930년 그들도 속았습니다’라고 적인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실 이 공고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 엄모 씨(24)가 직접 만든 홍보물이다.
엄 씨는 17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광고회사 취업이 목표라는 엄 씨는 “학교 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고 만들었는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내 능력을 살려서 역사를 알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엄 씨의 홍보물은 내년 1월 16일까지 게시된다. 당초 학교 측은 이를 단순한 공고문으로 보고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 했다.
엄 씨는 “처음에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QR코드를 찍어보고, 그 내용을 보시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허가를 받아 중앙도서관을 포함해 일곱 군데 정도 게시판에 홍보물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
- 좋아요
- 0개
-
- 슬퍼요
- 0개
-
- 화나요
- 0개
-
- 추천해요
- 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