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4시 52분경 경북 군위군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 방면 산호교 인근. 탱크로리 화물차와 1t 화물차, 승용차 등이 비상점멸등을 켠 상태로 1, 2차로와 갓길까지 막아선 채 뒤엉켜 있었다. 잠시 후 탱크로리 차량이 중앙분리대와 부딪치면서도 그대로 질주해 사고로 멈춰있던 또 다른 탱크로리 뒤편을 들이받았다.
뒤이어 대형버스가 빠른 속도로 등장했다.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었지만 속도는 전혀 줄지 않은 채 자석에 이끌리듯 1t 화물차 쪽으로 돌진했다. 그 충격으로 여러 대의 화물차가 연쇄 추돌을 일으켰다. 이 장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도 잠시 뒤 크게 흔들렸다. 화물차 운전자 A 씨가 차량에서 내리는 것을 주저하던 사이 뒤에서 또 다른 화물차가 들이받은 것이다.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박스 장면.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하행선 상주방면 산호교에서 대형버스가 사고로 1,2차로 사이에 멈춰선 1t 화물차를 들이받고 있다. 독자 제공
17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블랙박스 영상 2개에 나타난 이른바 고속도로 교량 ‘블랙아이스’ 다중추돌 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전방에 사고를 인지하고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돌진하는 모습은 당시 노면이 얼마나 미끄러웠는지 보여준다.
화물차 운전자 B 씨가 제공한 영천 방면 달산1교 사고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최초 사고 추정시간인 오전 4시 41분에서 2분 정도 지난 뒤 달산1교 부근에 다다른 25t 트레일러 운전자 B씨는 사고를 인지한 후 속도를 줄여 사고차량 앞쪽으로 진입했다. 승용차 1대가 사고로 차량이 파손된 채 2차로와 갓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10여m 앞에는 대형화물차가 좌측으로 넘어진 상태로 수화물이 쏟아져 1, 2차로를 막고 있었다. B씨 차량 정차 후 40여 초가 지났을 무렵 B씨 화물차 뒤쪽을 다른 차량이 들이 받은 듯 강한 충격으로 앞쪽으로 튕겨나갔다.
B 씨 등 화물차 운전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전국화물자동차공제조합에 따르면 B 씨 화물차를 들이받은 윙바디 화물차에서 박스가 쏟아져 1, 2차로를 막았고 뒤따르던 비료운반 25t 화물차가 이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우측으로 넘어졌다. 이어 탱크로리 차량이 넘어진 비료 화물차와 부딪혔고 뒤이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연쇄 추돌한 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전문 조사관 23명을 투입해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17일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원 12명을 보강해 도로 운영업체인 상주영천고속도로㈜의 도로 관리 부분에 관해 조사하기로 했다. 현재 회사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화재 차량 8대에 대한 정밀감식에도 들어갔다. 사망자 3명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도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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