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교정시설 부당폭행 폭로 잇따라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18일 13시 54분


부산구치소 수용자 B씨(오른쪽)와 C씨(왼쪽)가 CRPT 기동대로부터 제압을 당한 뒤 온몸에 멍이 들거나 상처를 입은 모습. B씨는 출소한 이후 다리 신경이 끊어져 남아있던 감각이 없어졌고 C씨는 손목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수갑이 채워져 나중에는 살점이 뜯겨져 나갔다고 주장했다. (B씨, C씨가 제공)© 뉴스1 DB
부산구치소 수용자 B씨(오른쪽)와 C씨(왼쪽)가 CRPT 기동대로부터 제압을 당한 뒤 온몸에 멍이 들거나 상처를 입은 모습. B씨는 출소한 이후 다리 신경이 끊어져 남아있던 감각이 없어졌고 C씨는 손목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수갑이 채워져 나중에는 살점이 뜯겨져 나갔다고 주장했다. (B씨, C씨가 제공)© 뉴스1 DB
영치품을 돌려주지 않는 교도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구치소에서 부당한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뉴스1 12월7일 보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반인권적인 행태가 많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뉴스1> 보도 이후 한 익명의 제보자 A씨는 교정시설에서 폭행을 당할 때는 CCTV 사각지대로 끌려가 두들겨 맞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반성문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폭로했다.

기동대로부터 폭행을 당해 부상을 당하거나 온 몸에 멍이 들었을 때는 몸이 회복될 때까지 일부러 오랜기간 징벌방에 가둬둔다고도 했다. 징벌방에 있는 동안은 면회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교정시설에서 생활한 A씨는 “대인기피증이 있어 독방으로 옮겨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단체 수용생활을 계속 해야 했다”며 “차라리 징벌방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문을 발로 차면서 입방을 거부했고, 사무실로 올라가 교도관들이 불러주는 대로 자술서를 작성한 뒤 징벌방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교정시설에서는 교도소 관계자들의 입맛에 따라 불러주는 대로 따라 쓰지 않을 경우 다시 써야 한다”며 “보호장비를 해제할 때도 수용자가 잘못했다는 식의 반성문을 쓰도록 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밤마다 기이한 소리를 내는 간질 수용자와 함께 생활했고, 대인기피증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몇 달 뒤 볼펜으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머리보호장비와 수갑, 발찌를 차야했고 허리에는 쇠사슬이 둘러졌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상 자살이나 자해 우려가 큰 때에 보호장비를 이용해 자해에 대한 보호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용자들은 교정시설에서 쓰는 보호장비는 보호의 목적이 아닌 ‘골병’들게 만드는 도구라고 주장했다.

A씨는 “머리보호장비 끈을 죄면 피가 통하지 않고 양손 수갑에 허리 쇠사슬까지 차서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선진 교정을 외치지만 일부 교도관들은 조폭이나 무기수 등과 같은 흉악범들의 수용생활 편의를 봐주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며 “그들이 자신들의 근무가 편하도록 질서를 잡아주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런 구조 속에서 가족이나 돈이 없는 사람들은 더 비참한 생활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교정시설 측은 “A씨가 같은 거실 수용자와 대화하다가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자해행위를 한 것”이라며 “대인기피증 등을 이유로 독거수용을 요구했지만 구치소 수용 당시 본인이 작성한 ‘생활환경조사서’ 등을 살펴봐도 독거수용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자술서를 강제로 작성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난달 21일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벌금을 내지 못해 부산구치소에 들어간 B씨는 5일 만에 다리 한 쪽의 감각을 완전히 잃은 채 출소했다. 그는 척추협착증으로 다리 한 쪽이 불편했고 당뇨로 인한 다발신경병증, 대사성 뇌병증 등을 앓고 있었다. B씨는 입소 전 자신의 지병을 통보했지만 대체약을 처방받지 못했다.

약을 달라고 거듭 요구하던 B씨는 식은땀을 흘리다 문을 발로 차면서 항의했다. 결국 B씨는 기동대에 의해 양손과 양발에 수갑이 채워졌고 복도로 끌려나가 사각지대에서 구타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혼절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다리가 일부 마비돼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고 요구했으나 결국 양쪽 발목에도 수갑이 채워진 채 징벌방의 시멘트 바닥에서 2시간 넘도록 묶여있었다. 결국 신경마비 증세가 악화됐고 입소 전 남아있던 다리 신경 감각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B씨는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면서 벌금을 낼테니 지인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내가 마치 난동을 부린 것처럼 말하더니 한쪽 다리가 일부 마비인 사람의 손과 발에 족쇄가 채워졌고 징벌방으로 옮겨지는 동안은 지옥같은 시간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16년 8월 벌금을 내지 못해 부산구치소에 갇힌 C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C씨는 “허리가 좋지 않아서 앉아있을 수가 없었는데 계속 앉으라는 교도관의 지시에 차라리 징벌방에 보내달라고 했다”며 “옮겨지는 과정에서 수갑을 너무 꽉 채워 손이 퉁퉁 부어올랐고, 고통스러워 호출한 의무과 직원은 ‘지금 징벌받고 있으니 끝나고 보겠다’고 말하곤 그냥 가버렸다”고 말했다.

C씨가 징벌방에 갇힌 후 면회가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C씨의 지인이 벌금을 대신 내주면서 그는 사흘만에 구치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C씨는 “수갑을 꽉 채우면 점점 살이 퉁퉁 붓고 나중에는 살이 뜯겨져 나갈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도 지인이 밖에서 벌금을 내주지 않았다면 쇼크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수용자들은 지시명령 불이행이나 업무방해를 이유로 얼마든지 부당한 억압을 가할 수 있는 교도관들의 직권 남용을 견제할 수 없는 구조와 교정 공무원들의 전문성 결여 문제를 제기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2002년 국가인권위가 설립된 이후 전반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폭력이나 폭언, 절차위반, 과밀도 등 여러가지 유형의 인권침해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다양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월 기준 국가인권위에서 진행 중인 인권침해 진정 사건을 기관유형별로 보면 전체 2320건 가운데 구금시설이 22.9%(533건)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경찰 22.2%(517건), 다수인 보호시설 11.8%(276건), 각급 학교 9.6%(225건) 등의 순이었다.

한편 지난달 16일 부산구치소 입소 과정에서 안경이 현란하다는 이유로 돌려받지 못한 50대 남성이 이의를 제기했다가 현장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려가 부당한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관련 사건을 수사중인 부산 사상경찰서 관계자는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라며 “조사해야 할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검찰 송치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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