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딸 방치해 숨지게 한 부모…法 “중형 불가피”

父 징역 20년, 母 장기 징역 15년에 단기 징역 7년

사진=뉴스1

생후 7개월 딸을 닷새가 넘도록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부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부는 아이가 숨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송현경)는 19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21)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아내 B 씨(18·여)에게는 장기 징역 15년에 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 씨와 B 씨는 올해 5월 25일 오전 7시부터 31일까지 인천광역시 부평구 한 아파트 자택에서 생후 7개월인 C 양(1)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씨는 친구와 함께 게임방을 다녔고, 부인인 B 씨는 집을 나간 뒤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C 양의 시신은 이 아파트 거실에 놓인 라면박스 안에서 발견됐다. 머리와 양손, 양다리에는 긁힌 상처도 있었다.

부부는 처음엔 아동학대치사죄로 구속 후 송치됐지만, 검찰은 살인죄로 죄명을 변경하고 사체유기·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2개 혐의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A 씨와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C 양을 혼자 두고 닷새 이상 집을 비운 것과 관련해 부부 사이가 나빠져 육아에 소홀했던 게 문제였다며 고의로 아이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살인죄가 아니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처벌받는 게 합당하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정하고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어렵게 아이를 양육해왔던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서로에 대한 갈등이 커지고 실망해서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어린 피해자에게 돌려 이 사건을 일으켰다”며 “피해자는 5일간 물도 먹지 못하고 굶다가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다 숨진 경위 등을 살펴봤을 때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