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동-학습권 침해… 약자 배려 없는 주장 무슨 의미”
민노총-보수단체에 중단 요구
21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 도로에서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 소음 때문에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 도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 240여 명이 정부의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 연장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같은 시간 민노총 집회 장소에서 10여 m 떨어진 곳에서는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와 졸업생 등 1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하는 당신들은 목적을 이루지만 우리 새끼들은 죽어간다!’, ‘장애인 이동권은 당연한 권리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서울맹학교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 소음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집회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강윤택 씨(40)는 “노동자도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건데 그런 목소리를 내려면 약자인 우리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민노총과 얘기를 하겠다”며 민노총 집회가 열리고 있는 쪽으로 가려다가 이를 말리는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맹학교는 민노총이 집회를 개최한 장소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민노총 산하 톨게이트 노조’와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 등이 청와대와 가까운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몇 달째 계속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45분경엔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자 이 학교 학부모들이 20여 분간 길을 막기도 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집회 소음 때문에 학생들이 보행수업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보행수업은 시각장애인들이 청각, 후각 등을 이용해 등하굣길이나 출퇴근길처럼 자주 다니는 곳의 거리 환경을 익히는 것인데 마이크와 확성기 등을 사용하는 집회 소음이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회장은 “학생들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보행수업을 받는데 집회 소음 때문에 7월 말부터는 보행수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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