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지하보도 공사현장서 지반 무너져 50대 근로자 숨져
상수도관 파열로 모래층 유실 추정… 일산 신축공사 인근 도로 주저앉아
지난달 균열 발견돼 레이더검사 ‘이상없다’ 결론… 공사재개후 사고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 현장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작업 인부 1명이 숨졌다. 전날 경기 고양시의 한 공사 현장 인근에서도 대형 싱크홀 사고가 있었다. 고양시의 사고 지점은 2년여 전 싱크홀, 도로 균열 등의 사고가 한 달 사이에 3차례나 발생했던 곳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인데 지난달 고양시 점검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서울 영등포소방서와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 20분경 여의도 메리츠화재 건물 인근 지하보도 공사 현장에서 아스팔트 지반이 내려앉아 지상에서 작업하던 A 씨(53)가 3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오전 9시 10분경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지반이 내려앉은 싱크홀의 크기는 가로 2m, 세로 1.5m로 타원형 모양이었다. 사고 지점 아래에서는 지하철 5, 9호선 여의도역과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연결하는 지하보도를 내년에 완공할 예정인 대형 복합시설 파크원까지 잇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날까지 이곳은 보행자들이 지나다닌 인도였다. 앞서 9월에도 사고 지점으로부터 100여 m 떨어진 인도에서 땅꺼짐이 있었다.
경찰은 사고 지점 아래에 묻혀 있는 상수도관 파열로 새어 나온 물에 주변의 모래가 휩쓸려 나가면서 지반을 받치고 있던 흙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감리업체 관계자는 “육안으로 봤을 때 상수도관의 약 50cm가 떨어져나간 상태였는데 관이 낡아 수압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 사고 1127건의 원인으로는 하수관 손상이 452건(40.1%)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상수관 손상으로 214건(19%)이었다. 2018년 기준 전국의 상하수도관 35만6411km 중 20년 이상 된 노후관은 13만1598km로 36.9%에 이른다. 30년 이상 된 노후관도 5만8175km(16.3%)나 된다.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경 호수로와 일산중앙로를 잇는 5차로 도로에 길이 20m, 폭 15m, 깊이 1m의 땅꺼짐이 있었다. 당시 사고 지점을 지나던 차량이나 행인이 없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고양시는 사고 지점 인근의 다른 도로 여러 곳에서 지난달 깊이 1cm 미만의 균열이 발견되자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시킨 채 지표투과레이더(GPR)검사를 하면서 21일 사고가 난 지점에 대해서도 확인했는데 당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약 2주 만에 공사가 재개됐다. 21일 사고가 난 곳 인근에서는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의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고 지점은 2017년 2월 싱크홀, 도로 균열 등의 사고가 3차례 발생했던 공사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다. 경찰은 공사 현장 지하 4층의 흙막이벽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공사 현장으로 흘러들었고 이 때문에 지반이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산신도시 일대는 옛 한강변 장항습지를 매립해 만든 곳이어서 지반이 약하다. 사고 지점 바로 옆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순희 씨(66·여)는 “싱크홀 영향이 아파트에까지 미칠까 봐 불안하다”며 “시에서 근본적인 싱크홀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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