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구속)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속히 청구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수사를 받으며 변호인을 통해 감찰 중단이 ‘청와대 내 정무적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검찰은 직권남용을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26일 영장 발부 여부는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3일 오전 10시30분쯤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동부지법에서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할 예정이다.
권 부장판사는 앞서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하면서 이번 사건의 전말에 대해 상당부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전언이다. 한 변호사는 “발부 여부는 각 사건 별개의 경우이나 사건에 대한 이해가 (다른) 영장전담 판사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동부지법은 현재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권 부장판사가 1주일씩 교대해 영장 심사를 하고 있다. 또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이런 내용을 파악해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영장심사를 하도록 일정을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는 유 전 부시장 구속 때와 마찬가지로 조 전 장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도 적용할 수 있으나 직권남용의 사실관계를 가지고 여타 법 위반도 적용하면 (조 전 장관 구속을 위해) 이것저것 갖다 붙인 느낌이라 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조 전 장관에게) 청탁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보강 수사를 계속해서 혐의가 추가적으로 늘어나거나 감찰 무마를 청탁한 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될 경우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한 수사를 이어오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는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여권과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52) 등에 대한 수사를 벌여 정 교수와 조씨를 구속해 기소했으나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정 교수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기소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상반되게 조 전 장관은 직권남용과 관련한 동부지검 수사에는 자신의 의견과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하며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16일과 18일, 2차에 걸친 조사에 전후해 조 전 장관은 “당시 조처에 대한 정무적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 종료에 외압이나 윗선이 없었다는 취지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재직시절 자신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천경득 청와대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에게 구명을 부탁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 선임행정관 등이 백원우 전 비서관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당시 민정수석)에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내 해당 보고라인은 ‘특감반원→이인걸 전 특감반장→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조 전 민정수석’으로 이어진다. 앞서 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실질적으로 감찰 종료를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구속되면 이후 조 전 장관에게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를 청탁·요청한 인사들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최근 천 선임행정관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지사도 참고인으로 불러 이런 내용을 조사했다.
한편 조 전 장관에 앞서 금융위원회 근무 당시를 전후로 뇌물과 특혜 등으로 수수한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된 유 전 부시장은 내년 1월 6일 오후 4시 서울동부지법에서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재판에서 혐의를 다투게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부시장의 해외계좌 형사사법공조에 대한) 요청을 해놨는데, 아직 회신이 오지 않은 상태”라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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