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을 병원으로 옮기려다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119 구급대원이 국민참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방승만)는 24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구급대원 A 씨(34)에 대해 배심원 7명 중 5명이 낸 유죄 평결을 받아들여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술에 취해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는 B 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목 골절 등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9월 19일 ‘아들이 쓰러졌다’는 B 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다른 대원들과 함께 전북 정읍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 출동했다. 대원들은 B 씨에게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B 씨는 1시간 이상 떨어진 대학병원으로 보내달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때릴 듯이 달려들었다. 실랑이는 10분 이상 이어졌다. A 씨는 B 씨의 몸을 밀쳐 인근 화물차 적재함에 등이 닿게 한 채 목이 꺾일 정도로 약 20초간 눌렀다.
B 씨가 다시 A 씨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A 씨는 양팔로 B 씨의 목을 감싸 바닥에 넘어뜨린 뒤 몸에 올라타 수초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B 씨는 발목 골절 등으로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받았다.
검찰은 “단순한 방어나 대응을 넘어 공격행위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씨 변호인은 “B 씨는 3년간 119구급대를 25번 불렀다. 10번은 만취 상태였다”며 “B 씨가 위협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아 정당하게 방어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대응해야 할까요. 팔을 잡아도 쌍방(과실)이다. 이게 유죄 판결이 나면 동료를 때리는 주취자를 말릴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 씨를 한 차례 화물차 적재함에 밀어 짓누른 뒤에도 목덜미를 잡아 골절 등 상해를 가할 정도로 강하게 바닥에 넘어뜨린 것은 적극적인 공격의 의사로 이뤄진 행위다. 정당행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