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 판정 송지훈씨, 심장-간 등 9개 장기와 조직 기증
항암치료 모친 “아들 떠나보냈지만 다른 생명 살리게 돼 마음 따뜻”
성탄절인 25일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가장이 장기 기증을 통해 9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보건복지부 장기이식 등록기관인 사단법인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 뇌사 상태로 입원 중이던 송지훈 씨(43·사진)의 심장과 간, 췌장 등 장기 9개와 안구, 연골, 피부 등 조직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전달됐다.
화물차를 몰던 송 씨는 이달 15일 영동고속도로 용인 신갈 분기점 인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송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24일 뇌사 판정을 확정 받고 오후 5시부터 9시간 동안 장기 적출수술을 받았다. 송 씨에게는 담도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어머니와 베트남 출신 아내, 18개월 된 아들이 있다.
송 씨의 어머니 정순애 씨(73)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들 이름을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정 씨는 “아직도 꿈만 같다. 경찰에서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뇌사 상태였다. 모든 게 무너졌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정 씨는 이어 “나도 2년 전 담도암으로 현재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냈지만 성탄절에 아들의 장기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정 씨가 기억하는 송 씨는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었다. 정 씨가 항암 통원치료를 받을 때 항상 동행했고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마련하는 등 온 힘을 다했다. 송 씨는 어머니에게 “나도 이제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니 건강을 빨리 회복해 달라. 다른 집처럼 여행도 많이 다니고 즐겁게 살자”는 소박한 꿈을 말했다고 전했다.
마음이 털썩 내려앉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사실 장기 기증을 고민했다. 정 씨는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의 상임이사인 조정진 목사가 아들이 9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정 씨는 “며느리도 경제력을 갖춘 게 아니기 때문에 장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생계 자체가 걱정된다”면서도 “아들을 생각해서 꿋꿋이 살아 보려고 한다”고 했다.
조 목사는 송 씨의 가족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 조 목사는 “세상에 큰 선물을 주고 떠난 송 씨의 남은 가족을 위한 후원 계획을 교단 등과 함께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고귀한 삶을 선물한 사실을 아들도 기뻐할 것”이라며 “아들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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