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소되자 타인 면허증 사진 찍어 보관
단속에 사진 제시…공문서부정행사 등 기소
1·2심은 유죄…대법 "죄 성립 안 된다" 파기
경찰의 무면허 운전 단속에 걸리자 다른 사람의 면허증을 찍은 ‘사진’을 제시한 것은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신모(35)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 상고심에서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법원 등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2015년 10월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됐음에도 업무상 필요로 운전을 해야 하자 지난 2016년 7월 다른 사람의 면허증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했다.
신씨는 지난 2017년 4월 서울 양천구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2%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운전면허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보여줬다. 신씨는 이를 토대로 ‘주취 운전자 정황 진술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신씨는 수사를 거쳐 음주 및 무면허 운전, 공문서부정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신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총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특히 1심은 “신씨는 무면허 운전이 적발되자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시하면서 처벌을 피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2심은 신씨의 일부 혐의에 대해 가중처벌을 한 원심 판단을 깨면서도, 공문서부정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죄가 성립된다며 징역 8개월 및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문서부정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구성요건을 엄격히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보호하기 위한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공공의 신용 등을 해할 위험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그러한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이어 “도로교통법에서 제시하도록 규정한 운전면허증은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지, 사진 파일 형태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경찰로부터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받았을 경우 운전면허증 자체를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봐야지, 운전면허증 사진을 휴대전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공문서부정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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