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檢 “정권 수사하니 압박?” 반발 본격화

윤석열 검찰총장. 2019.12.26/뉴스1 © News1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대한 검찰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 결정에 따른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해온 검찰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수처법에 정면 반대하며 막판 여론전에 나섰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4일 여야가 해당 법안에 합의하자 심각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원안에도, 패스트트랙 안에도 없던 조항이 마지막에 갑자기 신설됐고 그 내용도 문제가 많다는 취지에서다.

대검찰청이 이날 배포한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강경 입장문도 윤 총장을 비롯한 대검 지휘부 의견이 반영됐다고 한다. 대검이 지적한 건 검찰 수사과정에 발견된 공직자 범죄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24조2항이다.

대검은 “공수처는 단일 반부패기구일 뿐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니다”며 검경의 사전보고가 공수처의 ‘과잉수사’나 ‘뭉개기 부실수사’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에서 법무부, 청와대에도 수사착수를 사전보고하지 않는다”며 “공수처에 통보하게 되면 현 법안 구조에서 청와대, 여당과의 수사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위험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4+1 협의 과정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식 논의된 바 없는 해당 조항이 갑자기 포함된데 대한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다. 대검은 “기존 패스트트랙 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해 수정 한계를 넘었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이 현 정권 관련 수사를 하니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정치권이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통해 검찰 수사에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여야 4+1 협의체가 내놓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합의안에 대해서도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재임 당시 약속했던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5월 전국 검사장에 보낸 서신에서 패스트트랙 안은 “확정된 안이 아니다”며 Δ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 직접수사 확대 Δ경찰 보완수사 요구 강화 Δ필요시 경찰이 1차종결한 사건 송치 보장 Δ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인정을 “법안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10월 검사장들과 한 만찬에서 “저도 동의못하는 부분이 상당수”라며 검찰국 중심으로 보완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1 합의안엔 대형참사 사건 등 검찰 직접수사 범위가 다소 추가됐을 뿐 대부분의 내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도 4년의 유예기간 뒤엔 사라진다.

대검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는 지난 24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4+1 합의안이 이전의 패스트트랙 안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하며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는데 결국 반영되지 않은 수정안이 나왔다”는 글을 올리고 내부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프로스엔 “(수정안이) 잘 운영되면 내 동료들이 앞으로 정상적 일상생활을 가질 수 있겠구나 (했다)”면서도 “앞으로 국민과 검찰이 기존의 검찰역할을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현직 검사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지난 7월 취임한 뒤 한 번도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은 윤 총장이 이번 4+1 합의안과 관련해선 입을 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다만 이번 합의안이 검찰의 집단항명까지 불러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프로스에도 4+1 합의안을 비판하는 글은 아직 1건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