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가족 극단적 선택, 또 허술한 사회안전망 ‘도마’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6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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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허술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미리 막을 수도 있었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 9분께 40대 부모와 중학생 A(14)군, 초등학생 B(11·여)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고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확인돼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으로는 이들이 극한 생활고에 처해 있었으면서도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기록에 따르면 아내 A씨는 월 200여만원을 수입이 있었으며 남편 B씨의 소득은 비어 있었다.

경찰은 A씨 가족이 총 1억원 상당의 채무를 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빠듯한 월급을 쪼개 매달 빚까지 갚아나가야 처지였지만 보유한 영업용 트럭 2대(각각 71만원, 207만원 상당)와 1000만원 상당의 승용차 1대, 2000만원의 월세 보증금이 소득으로 환산돼 주거·교육급여 수급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아내 A씨는 차상위계층 지정 신청을 시도했지만 전세 보증금과 차량이 있어 지정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고 저소득가구에 생계·의료급여 등을 지원하는 ‘긴급복지’ 대상도 근로소득으로 인해 포함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가족은 정부의 마지막 공적부조라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에서 모두 제외된 셈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취임 직후 대구의 복지정책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저소득층의 기본생활 보장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촘촘한 복지안전망 구축에 역점을 둔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시민 복지기준선’을 설정하고 현장 중심의 ‘복지 파수꾼’과 ‘달구벌 복지기동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허술한 사회안전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이 참사에 대해 단순히 추모하고 슬퍼만 해서는 안 된다”며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총체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며 대구시가 이러한 사회적 타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빈곤네트워크 관계자도 “가난과 삶의 고통에서 몸부림쳐야 했었던 북구 일가족의 자살은 결국 사회적 타살이라는 결론일 수밖에 없다”며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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