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동부지법의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범죄는 소명되고 죄질도 좋지 않지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K스포츠재단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별문제 없다며 감찰하지 않은, ‘해야 할 일을 안 한’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했다. 검찰은 “‘진행 중인 일을 강제 중단시킨’ 조 전 장관의 혐의가 더 무겁다”고 주장했다.
영장심사를 받은 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10시간째 기다리던 조 전 장관은 귀가했다. 당초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 감찰 무마 윗선을 규명하려던 검찰의 수사 일정도 조금씩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 법원, 구속 필요성 인정하지 않아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유 전 부시장의 개인 비위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 차원의 감찰을 무마하고 금융위원회 징계도 없이 사표를 수리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적시됐다.
26일 오전 10시 반부터 4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영장심사에서는 서울동부지검 이정섭 형사6부장 등 검사 4명과 김칠준 변호사 등 조 전 장관 측 변호인 7, 8명이 참석해 양보 없는 공방을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지적하며 조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지시한 뒤에 다시 중단하도록 한 것은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근절하라는 민정수석의 책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후 금융위 측에 이유를 불문하고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징계 없이 수리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도 한미 정상 간 통화 유출 외교관을 감찰하고 징계 처리한 다른 사례와 비추어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과 관련된 감찰 기록을 모두 폐기하라고 한 점이나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직접 전화해 회유하려 한 정황도 증거인멸 행위가 드러난 것이라고 검찰은 주장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재판장에게 “(유 전 부시장의) 구명 청탁을 고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그때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감찰 중단’이라는 행위 자체로 몰고 가는 것이 검찰의 무리한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특감반으로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유 전 부시장 관련 감찰 중간보고를 받으며 사실 조사를 마쳤고 이후 정상적으로 금융위에 이첩해 종료시켰다는 것이다. 관련 자료 폐기나 회유 정황 등 증거인멸 정황도 모두 부인했다.
○ 가족 비리로 곧 기소될 듯
검찰이 앞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윤건영 대통령국정상황실장(50)과 김경수 경남도지사(52)로부터,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46)으로부터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요청을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에게도 이 같은 청탁이 전해졌다는 진술을 검찰이 이미 확보한 만큼 영장이 기각됐더라도 검찰로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는 감찰 무마 외에도 2건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자녀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투자 등 이른바 ‘가족 비리’에 대해서는 연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세웠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청와대의 6·13지방선거 개입’ 수사에서도 조 전 장관의 조사 가능성이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만큼 다른 수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