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광역자치단체장 예비후보의 후원회 설립을 전면 금지한 현행 정치자금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을 당시인 2018년 3월 청구한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헌재는 27일 이 지사 등 2명이 정치자금법 6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2021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2년부터 이 법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정치자금법 6조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가 후원회를 두고 선거비용을 모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광역 및 기초단체장, 지역교육감, 기초·광역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의 경우 예비후보 단계에서 후원회를 만들 수 없도록 규정했다.
헌재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보다 지출하는 선거비용 규모가 크고, 후원회를 통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며 “후원회 제도 활용을 제한하는 건 다양한 신진 정치세력의 진입을 막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정치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광역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의 염결성은 후원회제도가 악용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관련 규정을 이용한 투명한 운영으로 확보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후원회지정권자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는데도 국회의원선거와 광역자치단체장선거 예비후보자 및 이들에게 기부하고자 하는 자를 계속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자 입법 재량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애 재판관은 “광역자치단체장은 지역 주민들과 잦은 접촉을 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위”라며 “예비후보자에 대한 대가성 후원을 통해 당선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접근이 예상된다”고 반대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쳤다.
다만 자치구의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에 대해서는 재판관 5(위헌)대4(합헌)로 의견이 갈려 위헌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현행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 지사 측은 입장문을 내고 “후원회 제도가 선거 종류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합당한 판단을 내려줘 감사하다”며 “이번 결정으로 돈이 없어도 뜻이 있으면 누구든 지방선거에 출마할 길이 열렸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와 별도로 이 지사 항소심에서 도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하는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조항의 위헌여부 심리에도 착수한 상태다. 헌재는 백종덕 변호사 등 4명이 지난 10월 공직선거법 250조1항과 형사소송법 383조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건을 지난달 26일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250조1항은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자를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형사소송법 383조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선고 외엔 상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이 지사가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 관련 법률 위헌성을 주장하며 지난달 대법원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과는 다른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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